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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친정에서 김장하기

 

              ♠ 친정에서 김장하기 ♠


 김장철이 돌아왔는데 예년 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다보니 배추를 비롯한 채소 값이 금값이다. 큰올케가 직장에 다니니까 큰 남동생이 밭에서 통배추를 사와서 친정 부모님 댁으로 옮겨다 놓았는데 어머니가 “배추가 많으니까 김장을 따로 하지 말고 와서 같이 해서 가지고 가거라.”하고 전화를 하셨다.


 나도 지난주에 기말시험을 끝내고나서 김장을 하려고 생각 중이었다. 작년에도 친정에서 김장을 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나는 친정과 거리가 멀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만 찾아가는데 그때마다 미리 챙겨두었던 생활필수품을 가지고 간다. 정육점에서 선지와 소의 양을 사고 돼지 삼겹살과 상추를 샀다.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에 정육점에서 사온 것을 넣고 추석에 작은 아들이 과외지도를 하는 학생 부모로부터 선물로 받은 일본산 술과 부드러운 털이 들어있는 바지와 스웨터를 어머니한테 드리려고 가지고 가는데 너무 무거워서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작은 아들이 들어다 주었다.

 

 

 친정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무생채에 갓, 쪽파, 대파, 생새우, 갈치를 잘게 썰어 넣고 배추 속을 만들고 계셨다. 큰올케가 직장에서 일찍 오지 못하고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던 조카 유라가 대신 잔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작은 남동생의 딸 혜주도 양념을 뿌려주고 여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달려들어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여자들은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아버지께서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시기에 “아버지 여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렇게 바쁘게 일을 하는데 남자들은 항아리를 묻을 땅을 팔 일도 없으니 편하네요.”하니까 “그래도 무채는 내가 다 썰었다.”고 하셔서 모두들 웃었다. 


 남동생 둘은 모처럼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가고 없다. 예전에는 김장이 겨울철에 큰 행사였기 때문에 보통 한 접(백포기)이상 하느라 여자들은 며칠동안  추운 밖에서 떨면서 김장을 해야 했다.

 나는 맏딸이라 김장철이 되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어머니를 도와서 배추와 무를 다듬는 것부터 시작하여 마늘은 까고 찧고, 파를 다듬고 무채는 어머니가 썰지만 나는 깍두기를 썰었다. 김장을 하는 날은 동네 아주머니 여럿이 도와주는데 나는 밥을 짓고 국을 끓여내는 일이 내 몫이어서 늘 고생을 했다.

 

 

 요즘은 난방이 잘 된 거실에서 김장을 하지만 예전에는 추운 마당에서 씻고 버무리느라 해마다 김장철만 되면 여자들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남자가 하는 일은 고작해서 항아리를 묻을 구덩이를 파고 항아리를 옮겨다 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요즘에는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땅에 묻을 일이 없으니 남자들이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저녁 늦게 남편이 회사에서 친정으로 곧바로 퇴근하여 택시를 타고 김치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정에서 합동으로 김장을 하니까 어머니가 너무 고생을 하시는 것 같다. 어머니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하신다. 하긴 어머니가 해가 바뀌면 76세가 되시니 힘에 부칠 만도 하다. 내 집에는 아직 차가 없어서 완성된 배추김치를 집으로 옮겨오는 일도 번거로워서 내년부터는 내 집에서 따로 김장을 해야겠다.

 그리고 보니 이번 김장이 친정에서 하는 마지막 김장이 될 것 같다.


      友瑛 2005. December. 18

 

친정에 가지고 간 도토리가루, 콩나물, 호빵, 은행, 술, 우유

 

선지, 양, 상추, 삼겹살

 

어머니한테 드린 따뜻한 기모바지와 털스웨터

 

절인 배추

찹쌀풀

유라가 고춧가루를 부어주고 원혁이가 구경을 하고 있다.

친정어머니와 배추속을 싸고 있는 모습

드디어 완성된 김장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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