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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수학능력시험

 

               ♥ 수학능력시험 ♥


 해마다 한국의 십대 뉴스를 차지하는 ‘2005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드디어 오늘 실시된다.

 

 작은 아들이 어제 저녁에 지난 2년 동안 가르쳐온 여학생한테 찹쌀떡을 사다 전해주고 격려를 하고 왔는데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아서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은아들도 가르친 보람이 있고 여학생과 그 부모님도 무척 좋아할텐데...


 큰아들도 오늘 수능시험을 치른다. 올해 나이가 26살인데 다니던 <안양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를 휴학하고 군 입대 전부터 원하던 ‘실용음악과(實用音樂科)’에 다시 도전장(挑戰狀)을 낸 것이다. 제대(除隊)를 하면 마음이 바뀔 줄 알았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해야만 하는 성격은 꼭 나를 닮은 것 같다.

 

 큰아들이 출신학교인 <인하대학교 부속고등학교>에 찾아가서 수능시험 수험표를 받고 응시할 시험장소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대규모 입시부정행위가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물의(物議)를 일으켰는데 올해는 휴대폰을 아예 소지(所持)조차 하지 못하도록 됐단다. 만일 휴대폰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간주(看做)한단다.


 남편이 생과자와 인절미와 찰떡을 사오고 나는 예쁘게 포장된 항아리에 든 엿을 사왔다. 나는 아들의 수능시험을 앞두고 예전에 내가 두 아들한테 써서 보냈던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본다.


[1]큰아들 상현에게

내 아들 상현아!

지금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잠들어 고요한 새벽이구나.

나는 아침밥을 안쳐놓고 네 책상 앞에 앉아본다.

불과 서너 시간 전까지 네가 앉아서 공부하던 손때 묻은 책들이 책상 위에 놓여있어 아직도 네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구나.

책상 정면에 네가 써서 붙인 글귀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나의 목표   ★

I can do! Do you Best! 열심히 해보자. 먼 미래를 위해. Fighting!


 네가 써 붙인지가 하도 오래돼서 누렇게 바래버린 이 글귀를 바라보면서 너는 목표를 향하여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들에 파묻혀 중압감을 느껴왔을까? 하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중3때까지 83kg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15kg이나 빠질 만큼 열심히 공부했지만 수학능력 모의고사 결과는 언제나 기대치에 못 미치게 나와서 무척 속상해 했다는 것을 엄마는 네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단다.

 너는 과묵한 성격에 포용력이 있어서 동생을 잘 보살펴주었고 아버지가 IMF로 인하여 사업을 실패하고 실업자로 전락하여 어려운 집안형편에서도 너는 동요함이 없이 공부에 소홀함이 없었다.

 나는 자신의 일이나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네가 피곤함을 무릅쓰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을 때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면서 뿌듯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단다.

 

 상현아! 드디어 수능시험이 오늘이구나. 너에게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겠다. 다만 마음을 편하게 갖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네가 정한 목표를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가면 되는 거야.

내 아들 상현아! 파이팅!

                                              1998년 11월 18일 아침

 

(큰아들이 고3때 처음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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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원아 보아라!

 학교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능시험을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집안 형편이 중산층만 되었어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었을텐데 내가 용돈을 풍족하게 줄 수가 없어서 그냥 모른 채 하고 넘어갔단다. 그래도 네가 집안형편을 이해하고 잘 참아주어서 아빠와 엄마는 늘 고맙고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가난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것은 더욱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다 보면 항상 좋은 일만 다가오지 않는다.

때로는 좌절하고, 실패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공의 길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고생을 모르고 자란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이 완전무결하게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갖고 싶은 것이 남아 있어야만 그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이미 다 갖추어져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고 무의미한 생활을 하게 되겠지.

또한 재물의 소중함을 모른 채 낭비만 하다가 언젠가는 재물이 바닥날 것이다.

 드디어 내일이 수능시험일이구나.

 그동안 네 나름대로 공부에 대한 Know How가 있을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응해주길 바란다.


                       2003년 11월4일 엄마로부터...

 

(작은 아들이 <경희대학교> ‘한의예과’를 가기 위해 세 번째 수능시험에 도전하기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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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도 큰아들이 좋은 성적을 받아서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아서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


       友瑛 2005. November. 23, Wednesday. 이른 새벽에...


 

               작은아들과 큰아들 (왼쪽부터)

 

찰떡, 인절미,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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