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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남편의 가사노동

 

             ♣ 남편의 家事勞動 ♣


 가사노동이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가부장제(家父長制) 아래서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출세를 못한다.’는 속설(俗說) 때문에 부엌 근처에는 얼씬하지 않는 남자들이 많았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결혼 후에도 맞벌이부부가 많아졌다.

 여성이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남자와 똑같이 공부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가 모든 것을 챙겨주었지만 결혼을 하고나면 오히려 여성이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자식까지 챙겨야 한다.


 전업주부라면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맞벌이 주부인 경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고, 출근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직장 일에 얽매어 있다가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쉴 틈도 없이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반면에 남자는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서 출근준비만 하면 되고, 퇴근 후에도 자신의 시간을 보내다가 잠을 잔다.

 이처럼 여성은 식구들이 저녁을 먹은 후에도 설거지를 하고, 청소와 세탁을 담당하다보면 어느새 늦은 시간이 되고 만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고 결국에는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1998년 IMF 이후 많은 남성들이 기업이 도산(倒産)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실업자로 전락했는데 그 중에서 전업주부(轉業主夫)로 활동하는 남성이 무려 1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가사노동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엊그제 통계청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세 이상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46분에 불과하여 미국 남성의 3분의1, 독일 남성의 4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의 남편은 결혼 후 두 살 터울의 아이들을 기를 때도 못 본척하여 나 혼자 힘들게 길렀고, 가사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아서 연탄보일러를 사용할 때 하루에 열장 이상 나오는 연탄재를 버리는데도 무척 힘이 들었다. 하지만 IMF 이후 하던 사업이 실패하면서 집에서 있는 것이 염치가 없었는지 가사 일을 도와주기 시작하여 지금은 시장에 갈 때나 주방에서 조리를 할 때 다듬고 빻는 일을 잘 도와준다.

 나는 시험일이 가까워오면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그럴 때면 식사당번이 되어 아들과 차려먹고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해놓는다.


 어제는 “회사에서 특별 상여금이 나왔는데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프린터가 오래 됐는데 이왕이면 디카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포토프린터로 바꾸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더니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단골로 이용하는 잉크 충전방에 가서 포토프린터와 무선 키보드와 무선마우스를 구입하고 삼겹살을 사다 남편이 직접 구워먹었다.


 남편의 가사노동은 주부로 하여금 남편한테 고마움과 신뢰를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부부사이에 애정도 깊어진다.

 남편과 아내가 주방에서 똑같은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만들어 먹고 따끈한 차 한 잔을 같이 하면서 마주 보고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얼마나 멋진 모습일까?


              友瑛  . 2006. January . 1

 

포토프린터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삼겹살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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