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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연말정산과 가계부

 

        ♠ 연말정산(年末精算)과 가계부(家計簿) ♠


 앞으로 나흘만 있으면 2005년이 지나가는데 다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연말정산은 해마다 연말이 되면 근로자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 주민등록등본, 신용카드 사용금액 확인서, 교육비 납부확인서, 보험료 소득공제증명서, 의료비사용 확인서 등의 연말정산 소득공제용 서류를 제출하면 일정한 규정에 의해 다시 계산하여 다음해 2월에 세금을 환급(還給)받거나 더 내게 되는 연례행사(年例行事)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들도 연말에는 연말정산을 하고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를 작성하여 손익(損益)을 따져보게 된다. 그래야만 다음해에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로 하게 될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에서 사용금액 확인서를 우편으로 보내왔고, 보험회사에서는 이메일로 보험료 연말정산 소득공제증명서를 다운받아 출력하라는 고지를 보냈다. 낮에 동사무소에 갔더니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는데 모두들 얼굴 표정들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을 보아 어려운 경제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정에 있어서도 연말정산이 필요하다. 연초(年初)에 세웠던 계획대로 잘 지켜졌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서 신년계획을 세울 때 참고사항으로 삼아야 한다.

 가계부는 한 가정의 수입(收入)과 지출(支出)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부(帳簿)다. 남편이 한 가정의 대통령이라면 가계부를 담당하는 주부는 국무총리이면서 재무부장관이자 내무부장관이며 교육부장관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맡은 직함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 가정의 경제는 주부의 손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계부만 잘 작성해도 규모 있는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달동네에 살았는데 다른 집의 어머니는 할 일없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친정어머니는 아버지의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서 생긴 부족한 부분을 돼지를 키우거나 남의 밭에서 일을 하고 품삯을 받아서 4남매한테 고등교육을 시킬 수가 있었다.

 

 나 역시 결혼 후 남편이 여러 번 사업을 한다고 일을 벌여놓고 그 수습을 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그 덕분에 알뜰주부가 될 수 있었다. 두 아들도 어려서부터 여유 있는 생활을 하지 않아서인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다른 젊은이들과 다르게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은 친구와 만나서 가끔씩 마실 뿐 집에서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없고 옷도 인터넷 공동구매로 구입하는 등 무척 지독한 편이다.


 나는 남편이 두 달에 한번씩 상여금이 나오지만 예전에 남편이 하던 사업 빚을 갚아나가고 있고 아이들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여유가 없다. 내 집에서는 총지출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를 가장 낮게 책정하는 대신 교육비와 문화비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작은 아들이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내년 3~4월경에 군대에 갈 예정인데 그동안 가르치던 학생들이 수능시험이 끝나자 임시로 백화점 주차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시 중학교 2학년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작은 아들은 이미 기능시험까지 합격을 했고 2학기기말시험 때문에 보류했던 도로주행시험을 앞두고 있다. 며칠 전에는 “엄마! 과외 학생이 한 명밖에 안돼서 그런데요. 도로주행을 하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엄마 카드로 결제를 하고 세 번에 나누어서 드리면 안돼요?”하기에 “대금 청구서가 나오면 꼭 내야 한다.”고 다짐을 받고 승낙했다. 아들은 내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두 아들한데 대학등록금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빌려주고 대금이 청구되면 받아내고 있다. 대부분 부잣집 아이들은 부모의 재력을 믿고 돈을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쓴 것을 자신이 충당하다 보면 부모한테 기대지 않고 자립심이 기를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남동생들이 친정 부모님의 재산으로 사업을 하다 결국 다 날리고 지금은 부모님과 자신도 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아들을 결혼시키고도 주택부금과 아파트 관리비를 내주시고, 자동차를 새로 사면 등록비와 보험료, 정기적으로 나오는 자동차세와 차량 검사비와 보험료를 부담하셨는데 동생들은 아까운 줄 모르고 사용하다가 3년이 채 안돼서 새 차로 바꾸어달라고 졸랐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사장은 부모님이 재력가시니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고 부러워했다고 한다.


 내가 아들한테 운전면허를 취득해도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되어 능력이 되었을 때 차를 소유하라고 했더니 작은 아들이 “아빠도 차가 없으니까 먼저 사드릴게요.”한다. 자식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무조건 귀하게 기르다 보면 자립심이 없어지고 의지심만 생겨나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한테 기대게 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자신이 해결하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가계부를 쓰다보면 예산을 세울 수 있고 지나친 지출을 억제할 수 있어서 효율적인 가계경영(家計經營)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가계부를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友瑛 2005. December. 27

 

2005년도 가계부

 

2006년도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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