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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친정 조카들

 

           ♣ 친정(親庭) 조카들 ♣


 지금 사십대 중반인 큰 남동생이 이십대 후반에 부모님의 재산으로 사업을 하다가 십여 년 만에 많던 재산을 다 날리고 지금은 좁은 빌라에서 부모님과 큰 남동생이 각각 사글세를 살고 있다. 두 남동생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직업이 없어서 일정한 수입이 없다. 친정조카는 큰 남동생이 1남1녀로 대학교와 중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고, 작은 남동생은 1남1녀로 초등학생이 두 명 있다. 그런데 조카들이 집안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학원에 다니지 않아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친정소식을 들을 때마다 도와주지 못해서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작은 아들이 아르바이트와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큰 남동생의 아들인 원일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었다.

“혹시 외숙모가 부탁을 했니?”

“아뇨. 원일이가 중간고사가 다가오는데 수학이 어렵다고 가르쳐달라고 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그래. 잘 했다. 네가 힘들겠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시간이 나는 대로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가르쳐줘라.”

“엄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김밥을 만들어서 원일이를 먹게 하고 “네 아버지가 사업을 하는데 운(運)이 따르지 않아서 실패를 한 것이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네가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더니 고개를 떨구면서 작은 소리로 “네.”한다. 나는 포도 몇 송이를 비닐봉투에 담아서 가지고 가게 했다.


 엊그제는 친정에 다녀왔는데 마을버스 안에서 초등학생들이 귀에 MP3를 꽂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옷차림을 보니 괜찮게 사는 집 아이들 같았다. 그런데 작은 남동생의 아이들이 그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나는 전에 사용하던 검정색 가죽 밴드의 손목시계를 조카 원혁이한테 주었더니 금방 손목에 차고는 자꾸만 들여다 본다.

 

 큰조카 원일이가 어려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덕분에 부잣집 아들로 귀하게 자랐지만 고등학교를 눈앞에 둔 지금은 단과학원도 가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가 없다. 큰 남동생의 잘못으로 부모님과 자신의 아이들과 막내 동생과 조카들이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마음 편하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려서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면서 자랐다. 조카들이 예전의 나처럼 얼굴에 수심에 싸여 무표정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

 

              友瑛   2005. October. 3

 

큰 남동생의 아들인 원일

 

막내동생의 딸 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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