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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배낚시


                            다듬기   전의 자연산 우럭

                           남편이 다듬어서 회를 뜬 자연산 우럭

                    ♧ 배낚시 ♧


 남편은 회사에서 낚시동호회에 가입하여 정기적으로 배낚시를 다녀온다. 어떤 날에는 물때가 좋지 않아서 생선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을 치는 날도 있다.    지난주에도 낚시동호회에서 우럭을 몇 마리 잡았는데 배에서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여먹고 그래도 식구들한테 맛을 보게 하기 위해서 한 마리를 남겨가지고 돌아왔다.

 

 “이게 뭐에요? 우럭이 달랑 한 마리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이건 진짜로 자연산(自然産)이라구. 어디서 자연산 맛을 봐?”

 남편이 칼도마에 올려놓고 회를 뜨려고 하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하고 디카로 사진을 찍었는데 길이가 25cm정도 되는 것 같다. 한 마리밖에 안돼서 매운탕을 끓이지 않고 살점을 잘 발라서 회로만 먹었다. 그래도 회를 뜨니까 한 접시가 나온다.

 나는 오이와 풋고추를 썰어서 우럭회 담은 접시를 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아들이 “엄마는 먹을 것을 사진으로 올려요?”하고 핀잔을 주는데 남편이 “네 엄마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것 말고는 다른 취미가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어라.”고 한마디 한다. 남편 말대로 나는 밖에 자주 나가지도 않고 동적(動的)인 취미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문서로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집안을 정리하고 꾸미는 정적(靜的)인 취미밖에 없는 것 같다.


 남편과는 2년 동안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는데 연애기간에 인천에서 가까운 작약도와 인근의 섬으로 배낚시를 여러 번 다녀왔다. 배낚시를 가면 선주(船主)가 초고추장과 쌀, 야채를 준비하는데 한 번은 선주가 깜빡 잊고 식수를 배에 싣지 않아서 밥을 지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수영을 잘 하는 남편 친구가 한말짜리 플라스틱 식수통을 들고 가까운 해안부대로 가서 물을 얻어온다고 하면서 헤엄을 쳐서 갔는데 경계선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붙들리고 낚시를 하던 배도 견인되어 섬으로 갔다. 모두들 소지품을 배에다 두고 두 손을 머리에 올리고 배에서 내리게 해서 한 줄로 세워놓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오게 하고는 성명과 주소, 직업 등을 묻는 취조가 시작됐다. 당시 나는 빈혈증세가 있었는데 강한 햇볕에 오래 서 있으니까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취조를 하는 사이에 다른 군인들이 배에 올라가서 조사를 했지만 민간인이고 소지품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되지 않으니까 커다란 들통에 라면을 끓여서 먹게 하고는 돌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라면을 처음 먹어본 것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낚시가방을 챙겨서 제자리에 갖다 두고 다음달에 또 낚시를 간다고 했다. 나는 아이스박스를 깨끗이 씻어서 베란다에 엎어놓았다. 생전에 시아버님이 낚시를 좋아하셨다는데 취미도 유전인가 보다. 이 다음에 내 아들도 낚시를 좋아할까?              

 

                  友瑛        2005. July.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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