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 에이지(Non Age)시대 ♤
논 에이지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1998년 IMF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지만 특히 여성의류와 구두, 핸드백 등의 명품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1950년 한국동란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먹고살기에 급급해서 옷차림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전쟁 후 우리 어머니세대에서는 주로 몸빼라고 불리는 바지를 입었고 포플린이나 데토론 옷감을 끊어다가 옷본으로 재단을 하고 재봉틀로 박아서 옷을 지어서 입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어머니가 원피스와 스커트를 만들어 주셨고 어머니도 철지난 한복치마로 깡통치마를 만들어 입으셨다.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교복을 벗고 사복이 따로 없어서 어머니의 옷을 같이 입었다.
1970년대부터는 정부의 경제개발정책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양장점에서 옷을 맞추어 입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의상디자이너들이 부족하자 서울의 [국제복장학원] 등 양재학원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생겨났고 제법 큰 시장에는 옷감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있었다. 지금은 사양산업(斜陽産業)이 되어버렸지만 [한일합섬], [경남모직] 등 섬유산업(纖維産業)이 호황(好況)을 이루고 있었는데 엊그제 신문을 보니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중국으로 진출했던 섬유산업이 그곳에서도 사양산업이 되어 폐업(閉業)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나는 여고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영등포시장에서 옷감을 끊어다가 동네의 단골 양장점에서 어머니와 내 옷을 맞추어 입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교복과 두발자유화에 힘입어서 기성복패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명 패션전문회사들은 인기 탤런트를 기용하여 기성복의 CF에 열을 올렸고 소비자들은 그들의 패션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학생복도 처음에는 맞추어 입었는데 기성복회사에서 브랜드교복을 만들기 시작하여 지금은 브랜드교복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브랜드패션을 선도한 ‘ 논노패션’을 비롯하여 ‘반도패션’ 등 많은 패션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져갔다. 소비자들도 기성복이 맞춤복 보다 더 예쁘게 만든다는 인식이 생겨나서 요즘에는 기성복이 더 잘 팔린다. 예전에는 특별한 날에는 반드시 정장을 고집했지만 요즘에는 정장류 보다 개성에 따라 단품으로 코디를 해서 입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고, ‘거지도 선 볼 날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옷차림에 민감하다. 그러다보니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예전에는 딸이 어머니의 옷을 물려입었지만 요즘에는 어머니가 딸이 입던 옷을 입거나 같이 입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입은 것만 보고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옷차림도 전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옷을 잘 입는 것도 능력에 포함된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처럼 외모와 옷차림에 관심을 갖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경제상황과는 상관없이 패션기업은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友瑛 2005. Jul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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