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음 학회(學會) ♥
웃는 얼굴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요즘 나라경제가 어렵다보니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웃음 대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TV드라마에서는 여유 있게 사는 모습 대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직장인들도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한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에서는 여유는 찾아볼 수가 없고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TV에서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가 있는데 여기서는 삶에 찌든 사람들을 위하여 웃음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예전에는 ‘코미디(喜劇 : Comedy)’라고 했는데 개그맨 전유성씨가 처음으로 '개그(Gag)'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개그는 ‘농담이나 배우(俳優)가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넣는 대사(臺詞)나 익살 또는 우스운 몸짓’을 말하는데 개그맨(Gag Man)들은 평범한 일상을 가지고도 코믹하게 웃음으로 유도한다. 사람들은 개그를 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게 된다.
예전에 양반계층에서는 웃으면 체통에 손상이 간다고 생각하여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웃지 않았다. 그러나 양반집으로 딸을 시집을 보낼 때에는 시댁어른이나 마을 사람들한테 ‘사반화안(四半和顔)’이라 하여 미소 짓는 근육조작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면 신랑 신부가 시종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웃음도 전염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웃는 얼굴을 보면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항공사 스튜어디스나 백화점의 점원, 호텔리어들은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고 미소로써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는 ‘김치’나 ‘치즈’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증명사진처럼 굳은 표정보다 웃는 얼굴이 한결 아름답게 느껴진다.
조선후기에는 양반들의 기세에 눌려 억울함과 무시와 억압 속에서 살던 상민들이 ‘가면극(假面劇)’을 행하였다. 가면극은 ‘가면(탈)을 얼굴에 쓰고 관객 앞에서 춤과 동적과 대사로서 연기를 하는 예술형태’를 말한다. 여기에는 수영들놀음과 동래들놀음이라는 ‘놀음’이 있고 마산오광대, 진주오광대, 김해오광대,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등에는 ‘오광대(五廣大)’라는 명칭을 붙인다. 여기서는 배우가 우스꽝스러운 탈을 만들어 쓰고 탈춤을 추면서 말뚝이, 노장, 양반 등이 등장하는데 말뚝이가 무능하고 어리석은 양반을 조롱하는 것을 보면서 상민들이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처럼 가면극에서는 일종의 부조화가 조화로운 것처럼 보이게 하여 웃음을 만들어낸 것이다. TV가 등장하기 전에는 원로 코미디언 장소팔씨와 고춘자씨가 만담(漫談)이라는 장르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웃음을 연구하는 학회가 ‘한국웃음문화학회’라는 이름으로 7월8일에 학계 연구자와 코미디언, 개그맨, 전통 연희자(傳統 演戱者), 작가, 연출가 등 72명이 동참하여 정식으로 발족식(發足式)을 개최한다고 한다. 이들은 창립발기문(創立發起文)에서 ‘민족과 인류의 삶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고, 해맑은 웃음으로 가득 찬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창립취지(創立趣旨)를 밝혔다. 이제 ‘개그’도 엄연한 학문으로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到來) 한 것이다.
友瑛 2005. July.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