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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우리집 아파트에 피어있는 빨간색 접시꽃

                            빨강색과 분홍색 접시꽃

                                         순백의 하얀색 접시꽃

       

           ♠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

 

 ‘Trophy’는 ‘전리품(戰利品), 전승기념물(戰勝記念物), 노획물(虜獲物)’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Trophy’ 에다 ‘Wife’를 합쳐서 ‘Trophy Wife'라는 단어를 만들면 남편의 전리품이 아닌 ’남편을 빛내줄 아내‘라는 뜻으로 해석이 바뀌게 된다.

 

 몇 년 전 미국의 벤처 기업가들이 수십억 원의 이익을 올리고 나서 맨 처음에 한 행동은 예전의 구닥다리 아내를 젊고 싱싱한 아내로 바꾸는 일이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혼을 밥 먹듯이 하니까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남자들은 우스개 말로 “거액의 복권이 당첨되면 마누라와 승용차부터 바꾼다.”고 말하고, 여자들은 “보석이나 밍크코트를 산다.”고 말한다.


 몇 년 전에 TV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한평생 농사만 짓던 농부가 살던 지역이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땅이 많은 사람들은 보상금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받게 되었다. 그런데 보상금을 받은 농민이 돈다발을 들고 가출하여 읍내 다방에서 일하는 이십대 종업원과 살림을 차리고 부인한테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기자가 한 할아버지를 취재했는데 그는 “평생 동안 소처럼 일만 해온 것이 너무 억울해서 앞으로 남은 삶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한 말이 옳다면 할머니의 존재는 뭐란 말인가? 요즘에는 할머니들이 ‘황혼이혼(黃昏離婚)’을 요구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할아버지는 아들의 권유도 듣지 않고 할머니와 이혼을 고집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재산분할청구권’이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가 알고 있었다면 할아버지가 이혼요구를 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언젠가 작은아들이 “엄마! 길을 가다가 잘생긴 남자가 못생긴 여자와 같이 가고 있으면 ‘인내심이 강하다.’고 말하고, 반대로 못생긴 남자가 예쁜 여자와 같이 가고 있으면 ‘능력이 있다.’고 말해요.”했다. 특히 남자들은 명예욕(名譽慾)과 체면(體面)을 중시(重視)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상 대대로 부자(富者)로 살아오던 사람들과 달리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했거나 거액의 복권(福券)에 당첨되었거나, 어느 날 갑자기 인기가 높아져서 돈이 많거나, 어려운 국가고시에 패스하여 재능(才能)이 뛰어난 남자들은 자신의 부(富)와 능력(能力)을 과시하기 위해서 미모(美貌)가 뛰어나거나 재능 있는 전문직여성들과 결혼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가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고 현재의 잘 나가는 자신의 모습만으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요즘 억대 연봉(年俸)을 받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운동선수들이 경쟁적으로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표미인으로 인정받은 미스코리아 출신의 부인을 맞이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그 부인은 ‘Trophy Wife'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트로피는 대부분 도금처리가 돼있어서 처음에는 진짜처럼 번쩍거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빛이 바래고 만다.

 

 예전에 집이 가난하여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모 권투선수가 자신 보다 월등한 환경에서 자라고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미모의 부인과 결혼을 했을 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화려한 가구를 들여놓고 살고 있는 집을 방송사에서 취재했다.  그가 ’Trophy Wife'와 살고 있을 때 세인(世人)의 주목을 받았고 방어전(防禦戰)에서도 승승장구(乘勝長驅)했지만 슬럼프에 빠지게 되자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했고 그 후로는 끝내 재기(再起)하지 못하고 매스컴에서도 그를 찾지 않았다. 다른 몇 몇 연예인의 경우에도 한창 인기가 좋을 때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다가 인기가 하락했을 때는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남자들이 ‘Trophy Wife'를 선택할 때는 얻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그 환상(幻想)이 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보통 남자들한테는 ’Trophy Wife'가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友瑛           2005. June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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