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재회 (天上再會)
그대는 오늘밤도 내게 올순 없겠죠 목메어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그대여 못다한 이야기는 눈물이 되겠지요 나만을 사랑했다는 말 바람결에 남았어요 끊을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인연을 운명이라 생각했죠 가슴에 묻은 추억의 작은 조각들 되돌아 회상하면서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 그대를 다시 만나면 세상에서 못다 했던 그 사랑을 영원히 함께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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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매주 목요일 10시가 되면 폭발적으로 인기 있는 경연프로인 ‘미스터트롯’에 푹 빠져 있다.
이 노래는 원래 최진희씨가 불렀는데, 경연자로 출연 중인 성악가 출신 김호중씨가 ‘팀 에이스’ 경연곡으로 부른 것이다.
‘천상재회’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까 가사 내용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남편은 2017년 4월 폐암 말기로 진단받고 1년 동안 투병하다, 2018년 4월 지금 내 나이와 같은 만 65살에 천상으로 떠났다.
나는 남편과 2년 동안 연애를 했는데 술을 마시지 않고, 자상하고 항상 웃는 얼굴이 너무 좋았다.
결혼 후 남편은 초등학교만 졸업한 누나와 형을 대신하여 본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직장 보다 무리하게 사업을 하려고 했다.
나는 이런 문제로 남편하고 의견 대립이 심했다.
인정 많고 허세가 있는 남편은 밖에서 형제나 친구를 만나면 자신이 먼저 식사비와 경조사를 챙겼다.
시어머님 용돈과 시아버지 산소까지 자비로 관리하고, 형님은 성묘 때 참석해서 절만 했다.
나중에는 시어머니가 가벼운 감기만 걸리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분가한 남편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친정 부모님은 남편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실망해서 살갑지 않게 대하셨고, 나도 아이들한테만 신경 쓰면서 남편과 거리를 두게 됐다.
결국 남편은 형님과 동업하면서 관리를 맡겼다가 큰 손해를 짊어지게 되면서 형제간에 우애를 끊다시피 했다.
IMF 이후로 남편의 태도는 전과 180도로 바뀌었다.
용접을 배워서 직장에 들어갔고 낚시를 다니면서 마음을 수양하면서, 그동안 아내와 지식한테 무심했던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하는 듯이 집안일부터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저녁이면 직장에서 돌아오는 아내한테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마트에 다녀오고, 휴일에는 김밥이나 수육을 만드는 등 음식을 도맡아 했다.
아이들도 아버지한테 서서히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화목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남편은 주택 담보대출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죽음을 앞두고 “내가 폐암에서 완치될 수 있다면 막노동이라도 해서 빚을 다 갚고, 당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주면서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당신한테 미안하고 사랑해.”라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가정에 무심한 것이 아니라 본가를 외면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출근해서 근무하는 시간에는 바빠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텅 빈 집안에서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혼자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하루를 마감하면 옆자리가 허전하다.
앞으로 한 달 후면 남편이 천상으로 떠난 지 2년이 된다.
무심한 남편은 꿈속에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거실에 걸려있는 작은아들 결혼식 사진에서 남편의 흔적을 기억해본다.
‘천상재회’ 노래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반복해서 들으면서 남편 생각이 나고 더욱 그립다.
友瑛. 2020.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