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
남편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지 16주일이 지났다.
나는 평일에는 직장에서 근무하고 휴일에는 성당에 다녀오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매일같이 바쁘게 살다 보니 아직까지는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덜하다.
나는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안방과 거실에 걸려있는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남편과 대화를 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갔다고 느껴지지 않고 빈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든든하다.
나는 연애시절부터 결혼기간동안 40년 동안 함께 살면서 남편의 경제적 가치관과 독단적인 성격 차이로 마음고생을 했다.
남편은 귀가 얇은 편인데 친구와 동업을 했다가 사기를 당해서 손해를 보았고, 시숙과 동업을 시작하면서 대표자는 남편 명의로 했다.
남편은 내가 말렸는데도 내 의견을 무시하고 돈 관리를 형님한테 맡겼는데 공금을 유용하고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IMF 사태가 터지면서 시숙은 손을 떼고 피해를 고스란히 남편이 떠안았을 때 이혼위기가 있었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참았다.
남편은 IMF 이후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늦깎이로 공부하는 것을 이해해 주었고, 평일 저녁식사 준비와 휴일에도 식사준비를 자청해서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열심히 살아왔지만 두 아들을 대학교를 졸업시키고 유학을 보내느라 아직도 부채가 남아있다.
내가 학창시절 돈이 없어서 교육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두 아들한테는 원하는 공부를 시켰다.
남편은 부채를 다 갚고 나면 노후에 부부여행을 다니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다.
남편의 형님과 조카들은 정례식이 끝나자 삼우재와 49재에도 소식이 없었다.
기억(記憶)은 강제로 지난 일을 꺼내서 원하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고,
머리에서 기억되는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희미해진다.
추억(追憶)은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가슴 속에서 기억되기 때문에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당시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영원하다.
나는 남편이 저 세상에서 외롭지 않게 남편과의 좋은 추억을 오래 간직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友瑛. 2018. July.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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