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품앗이 ♠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면서 품을 지고 갚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바쁜 농사철에 성인남자들이 일을 거들고, 여자들은 새참을 함께 만들어 제공하면서 서로 화합을 이루었다.
내가 어렸을 때 겨울에는 김장을 백포기 이상 했는데 각 가정마다 일손이 바쁘니까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집 저집으로 모여서 김장을 도와주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예전처럼 김장을 많이 하지 않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 반찬을 만들어서 나누어 쓰는 ‘신 품앗이’가 성행하고 있다.
‘신 품앗이’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재능을 제공하기도 하고, 편의시설을 요일별로 공유하기도 한다.
나는 친구를 만나면서 집에서 남는 것이나 대량을 구입해서 남는 생필품 등을 가지고 가서 전달하면 좋아하는 것 같다.
나한테는 별로 필요하지 않아도 상대방한테 필요한 것 일수도 있다.
상인대학 동기모임에서도 나는 품이 작아서 입지 않는 티셔츠와 바지를 주었다.
다른 동기가 시댁에서 농사를 지은 상추와 참깨와 옥수수, 한과를 동기들이 골고루 나누어 갖기도 한다.
추석 연휴기간에 초등학교 동창생 두 명을 만나면서 각자 한 두 가지씩 가지고 나와서 교환했는데 이상하게도 겹치지 않았다.
외손녀 첫 돌을 지낸 S는 돌 선물과 올리브유를 가져왔다.
SS는 부군이 칠순이고 친구가 환갑을 치렀는데, 나는 10만원을 부조하고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전달했다.
SS가 치약과 키친타월과 치약과 백화점 상품권을 주었다.
나는 상품권이 5천 원짜리 두 장으로 알고 보관했다가 이마트에 가서 계산하려고 꺼내어보니 5만 원짜리 두 장이다.
나는 집에 와서 친구한테 넘 고맙다고 인사했다.
SS가 12월이면 손자 돌잔치가 다가오는데 성의표시를 하려고 한다.
과거 품앗이가 노동을 통해 교류했다면,‘신 품앗이’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것 같다.
友瑛. 2015. Octob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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