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어머니의 존재 ♥
친정어머니가 올해 여든셋의 나이로 아직 생존해계신다.
2013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을 홀로 지내오셨다.
손자들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합격하여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나가면 어머니 혼자 쓸쓸히 계시기 때문에 조카 혜주가 강아지를 사다 드렸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 개를 키웠다.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만 남겨두고, 배다리 시장에 가셔서 강아지를 팔아서 양은그릇과 먹을거리를 사 오셔서 식구들이 포식(飽食)하는 날이었다.
내가 5월8일 어버이날 퇴근하고 친정에 갔을 때 어머니는 혼자 계셨다.
초인종을 누르니 애완견 몽구가 반갑게 반겨준다.
몽구는 조카가 지은 이름인데 작고 귀여워서 카카오톡에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았다. 전에 딱 한 전 보았는데 내 체취를 기억해서 그런지 마구 짖어대지 않고 살포시 안겨서 내가 안고 있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강아지가 귀찮았는데 지금은 정이 들어서 잘 때도 옆에서 재운다."고 하신다.
나는 무엇보다 연로한 어머니가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계시는 것 보다 강아지가 곁에서 말동무도 하고 보디가드 역할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5월15일은 아버지 3주기 제삿날이었다.
남편과 친정에 가서 남동생들과 제사를 지내고 돌아왔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이 모이는 날을 가장 좋아하신다.
아버지도 어머니가 아버지 곁으로 가지 않고 자식들과 오래오래 사시기를 원하실 것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여동생은 내 스마트폰으로 보이스톡을 신청하여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는 올 가을에 작은 외손자가 결혼할 때 예쁘게 단장하시고, 신식 한복을 입고 절을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
友瑛. 2013. May.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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