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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남편의 비상금

                           ♠ 남편의 非常金

 

비상금은 긴급한 사태에 사용하기 위해서 마련해 둔 돈을 말한다.

최근 여성 포털 마이민트가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52.6%의 여성들이 남편의 개인용도를 위해서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월급날이 되면 급여를 경리과에서 본인한테 직접 지급했다.

매달 월급날이 되면 아내는 남편의 월급을 손꼽아 기다렸고, 남편은 월급통장을 들고 개선장군처럼 가족들한테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성실하지 못한 남편들은 월급날 월급으로 밤새 술집을 전전하거나 도박으로 탕진하여 아내가 남편을 찾아나서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결혼 전에 운수회사 경리과에 근무할 때는 운전기사와 정비사들이 월급날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는 궁여지책으로 기혼인 기사는 부인한테 급여를 직접 지급해서 월급날이면 사무실 밖에 부인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결혼하면 아내가 경제권을 쥐고 남편의 급여통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남편의 입지가 좁아졌다. 또한 돈의 출처를 아내가 알고 있으니까 本家 부모님한테 용돈을 드리려고 해도 아내를 통해서 의논할 수밖에 없다.

 

별도로 나오는 성과급이나 상품권 같은 것은 아내 모르게 챙겨둘 수 있겠지만, 아내들은 직장에서 지급할 때가 되면 나오는 것을 용하게 알고 채근하기 때문에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부모님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에서 며느리가 아닌 아들이 드리는 용돈이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결혼한 잘난 아들은 처가의 아들이고 무능한 아들은 내 아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다시 모계사회(母系社會)로의 회귀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나 연예인 가족이 방송프로에 등장할 때 대부분 본가 부모님 보다 처가 부모님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아내들도 이러한 남편의 고충을 알기에 적당한 금액의 비상금을 용인하는 추세라고 한다.

 

예전에 남편은 형님과 사업을 하면서 한창 매출이 많을 때도 일정한 금액의 생활비만 집에 들여왔고, 남은 돈은 형님이 부실관리 하다가 IMF를 맞아 일을 하지 못하면서 남편이 거액의 부채를 혼자 떠안게 되었다.

지금은 180도로 바뀌어 구두쇠의 경지에 올랐다. 구두와 양복을 10년 이상 신고입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티셔츠라도 새로 사준다고 하면 될 수 있는 대로 돈을 쓰지 말라고 한다.

낚시로 잡은 생선을 손질하여 말려두었다가 매운탕을 끓이거나 그릴에 익혀서 먹기 때문에 부식비도 절감되고 있다.

 

나는 남편한테 용돈을 지급하고 휴대폰 요금과 경조사비를 별도로 지급한다.

가끔씩 낚시용품을 새 것으로 바꾸어 주고, 나이가 들면서 자녀의 결혼 등 경조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늘어나서 새 양복을 사주었는데 앞으로도 남편은 비상금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友瑛. 2012. Decemb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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