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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경조사비 인플레이션

                                                               ♣ 慶弔事費 인플레이션 ♣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동창생을 만들고 성인 되면 직장과 단체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이어간다.

 사람은 일생동안 여러 단계의 행사를 맞이한다.

 자신의 돌잔치-입학식-졸업식-입사 합격- 결혼을 하고, 자식이 태어나면 돌잔치- 자식의 입학-졸업-결혼 등을 거치다 보면 어느덧 인생의 황혼이다. 그사이 연로하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러야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경조사를 중시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두레’라 하여 농번기에 농사일을 서로 돌아가며 도왔고, 어느 집안에 경조사가 생기면 내 집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었다.

 예전에는 농사지은 곡물이나 계란, 잡은 생선 등 현물로 부조를 해도 무방했지만 요즘은 100프로 현금이다.

 국세와 지방세도 카드로 납부가 되는 시대인데 유독 카드 납부도 안 되고 분할 납부도 안 되는 것이 경조사비다.


  경조사비는 일종의 품앗이다.

 내가 가야 상대가 오고, 상대가 와야 내가 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는 경조사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어서 보통 20~30명 정도가 참석하고 사정상 봉투만 보내는 친구도 있다.

 동창생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에는 동창생들이 마치 자신의 자녀가 결혼하는 것처럼 한껏 차려입고 혼주(婚主)인 친구를 중심으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결혼식을 실내에서 하기 때문에 계절에 구애받지 않지만 특히 가을에는 결실의 계절이라 그런지 결혼식을 가장 많이 치른다.

 벌써 10월에만 媤家의 친척이 두 명, 남편 동창생이 둘, 내 동창생이 두 명 지나갔고 11월에도 3건이 지나갔다.

 1년 단위로 보면 백만 원~2백만 원 정도가 부부의 경조사비로 지출되고 있다.

 장기적인 불황속에서도 결혼식 시장은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 국수를 삶아 대접했지만 요즘은 거의 뷔페와 호텔에서 결혼식과 돌잔치를 하다 보니 최소 5만 원 이상 부조금이 통상적이다.

 고급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면 식사비만 7만 원 이상으로 적어도 10만원을 부조해야한다. 장례식장에서 조의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경조사비 액수를 가지고 친밀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교류를 가지려면 남들이 하는 만큼의 금액을 부조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청첩장을 가리켜 ‘허가 받은 고지서’라고 말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는 사장님 앞으로 매달 여러 건씩 경조사를 알리는 청첩장이 우편과 팩스로 들어온다.

 주로 거래처의 오너와 담당자인데 당사자의 결혼을 비롯해서 형제의 결혼, 부모의 장례식 등 한 사람이 여러 번 해당되는 경우도 있다.

 승진(昇進)과 영전(榮轉)은 물론 심지어는 자녀의 돌잔치까지 우편과 팩스로 알린다. 그래서 직장이 좋으면 경조사비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사장님은 해마다 주 거래처의 담당자 본인뿐 아니라 부인의 생일까지 케이크와 샴페인을 보내고 있어서 “사업을 하기가 너무 힘들구나?” 하고 안쓰러울 때가 많다.


  友瑛. 2011. Decemb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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