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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리액션

  

 

                                     ♠ 리액션


리액션(Reaction)은 ‘다른 연기자의 대사나 행동에 대해 반사적 작용으로 나타나는 연기’를 말한다. 리액션은 방송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도 필요하다. 리액션이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분위기가 침체되고(다운되고) 흥이 나지 않는다.

 방송국 ‘버라이어티’ 프로에서 연예인들이 항상 웃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시청자를 위한 배려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뉴스 앵커처럼 딱딱하게 진행한다면 지루해서 금방 채널을 돌려버릴 것이다.

 어느 연기자는 가정에서 한창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방송에서 항상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떠드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남을 위해 리액션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연예인 부부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혼소식이 들려왔을 때 팬의 입장에서는 의아해하겠지만 방송에서 당사자들은 얼마나 고충이 심했을까? 이해가 될 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42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서 온라인 카페를 만들고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는 똑같은 학생의 입장이었지만 성인이 되면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각자가 결혼 후 살아가는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창모임에서는 직장일과 집안일은 다 잊어버리고 오직 동창생들의 모임 분위기에 따라가게 된다.

 직장에서나 집안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동창모임에 가서 한바탕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부부사이에서도 리액션이 필요하다.

연애시절에는 상대의 조그마한 것에도 관심을 보이고 생일을 챙겨주다가 막상 결혼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무감각해지게 된다.

 연애기간이 길수록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칫 권태기가 생겨날 수 있다. 권태기를 벗어나려면 처음 만나서 연애할 때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

 가정은 일터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이다. 쉼터 역할을 하는 가정이 직장 보다 편안하지 않다면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한다.


 남편은 결혼 후에 자상하던 연애시절과는 정반대로 집안에서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도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부터 차차 대화를 하기시작해서 지금은 부자간에 갭(GAP)이 없어졌다.

 남편이 3년 전부터 낚시동호회에 가입하여 정기적으로 낚시를 다니면서 성격도 부드러워졌다. 낚시는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물리기를 기다려야 하니까 불같이 급한 성격이 조절된 것 같다.

 남편은 최근에 낚시회장에 선출되었는데 퇴근하자마자 낚시가게에서 들렀다 집에 온다. 내가 퇴근해서 남편한테 전화로 “오늘은 집에서 저녁을 드실거에요?”하면 “낚시가게에서 해결했어요.” 하거나 “사모님! 조금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한다.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말투가 다소 의도적이고 가식적인 것 같지만 예전의 반말투 보다는 듣기에 나쁘지 않다.

 

 사람은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선천적 도덕적 능력’인 사단(四端)과 ‘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표현되는 자연적 감정’인 칠정(七情)을 가지고 있다.

 四端은 맹자가 실천도덕의 근간으로 삼은 글로 측은지심(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자신이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이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겸손하여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잘잘못을 분별하여 가리는 마음)을 가리킨다.

 七情은 중용(中庸)에 나오는 글로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 : 기쁨. 노함.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구)’를 가리킨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단과 칠정을 수없이 경험하게 되는데 대인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감정에 맞추어 알맞은 리액션을 해준다면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은 함께 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 하면 절반이 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경사스러운 일에는 축하를 하고 곤란한 일이나 초상을 당했을 때 서로 위로해주는 미풍약속이 있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상대의 기분에 따라 동조하는 것도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友瑛. 2010. April.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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