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자(諷刺) ♠
풍자는 ‘정치적 현실과 세상 풍조(風潮), 인간 생활의 결함, 악폐, 불합리, 우열, 허위 등에 가해지는 기지(機智)가 넘치는 비판적 조소적(嘲笑的) 발언’을 말한다.
풍자(새타이어 :Satire)는 라틴어 Satura에서 나온 말인데 본래 시의 한 형식이었다. 산문에서 더욱 발달하여 풍자소설이 나왔고 영화와 繪畵에서도 풍자작품을 볼 수 있다.
풍자는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毒舌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면서 한문소설가인 연암 박지원은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虎叱>, <兩班傳>, <許生傳> 등 소설 속에서 이용후생의 실학을 강조하였다.
<호질>에서는 존경받는 도학자가 위선자로 묘사되고 있고, <양반전>에서는 상민이 가난한 양반의 족보를 사서 양반행세를 하려 하지만 [1차 문권]과 [2차 문권]에 나타나 있는 양반의 처세술과 법도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히려 번거로움을 느끼고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허생전>에서는 가난한 양반이 끼니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과거시험에만 매달리고 허울 좋은 상황을 빗대어 풍자하였다. 허생은 아내의 등살에 못 이겨 집 대문을 나섰다가 용기를 내어 양반을 찾아가 돈을 빌려서 장사를 하여 빚을 다 갚고도 돈이 남았다. 이는 조선 후기의 실학이 유입되면서 상업이 발달되어 상민도 돈으로 양반을 살 수 있고, 양반도 돈이 없으면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허생은 양반 체면의 허울을 벗고 나서 비로소 풍요로울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도 풍자소설이 등장했다.
이기영의 <인간수첩>에서는 인텔리의 비현실적 사고방식을 풍자했고,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탁류>, <태평천하> 등은 주인공이 겉으로는 일제를 칭송하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세상을 한탄하고 있다.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에서도 어리석은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일제강점기를 풍자하고 있다.
최근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개그맨 장동혁씨가 동혁이형으로 나온다. 교련복 바지와 노란색 방한복 깔깔이를 입고 복학생 콘셉트로 등장하여 정치와 사회, 교육계의 비리들을 통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동혁이형은 2010년부터 <국사>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뀔 것이라는 보도에 “국사가 무슨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야?”라고 울분을 토해냈고, 대학생 등록금 인상에 대해서는 “등록금이 무슨 아버지 혈압이야?”라고 한다. 또 지방자치제가 호화스러운 청사를 짓는 것을 빗대어 “거기가 무슨 베르사이유 궁전이야?”라고 하고, 최근 교육계의 촌지상납과 관련된 촌지비리에 대해서는 “교육이 왜 이렇게 비리냐? 니들이 고등어야?”라고 한다.
요즘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시신을 유기한 김길태사건이 한창 떠들썩하다. 동혁이형에서는 “어린이와 여성들이 불안해서 외출하지 못하는데 보호하기 위해서 문을 잠그고 집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하나?”, “ 범죄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술 마셨다고 죄를 감해준다면 술 마시고 운전하면 죄가 안 되나?”하면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남보원(남성인권보호위원회)’에서는 늘 여성한테 당하기만 하는 남성의 권익을 위해서,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부조리한 세상을 간접적으로 규탄하고 있다.
이처럼 諷刺는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에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웃음을 이끌어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友瑛. 2010. March. 19
남보원 중에서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중에서
동혁이형이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