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고개숙인 아버지

   

 

                           ♠ 고개 숙인 아버지 ♠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 아버지가 수난을 겪고 있는 중이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의 아버지는 초월적인 존재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동등하게 가사노동에도 참여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어렸을 때 지금 70세 후반에서 80세 되신 아버지들 중에는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는 一夫一妻制이기 때문에 부인을 여럿 둘 수는 없었지만 처첩은 거느릴 수 있었고, 첩을 두지 않고 잠시 바람을 피워도 남자니까 용인되는 사회분위기였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생물학적으로 종족번식 욕구가 있어서 한 여자한테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절대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호족의 딸을 받아들여 부인을 여럿 두는 관습이 있었다가 조선시대에 유교를 받아들이면서 일부일처제를 수용하는 대신 처첩제도를 용인하였다. 지금도 중동 아랍권 국가에서는 일부다처제를 수용하고 있다.


 내 친구 중에는 8남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딴 집 살림을 차려서 배다른 형제가 4남매 있었는데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자 빈손으로 친구 어머니한테 돌아와서 살다 돌아가셨다.

 또 내가 결혼 전 직장에 다닐 때 어느 상사는 본부인과 작은 부인이 자매처럼 지내면서 양쪽 집 아이들끼리도 우애가 돈독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상사가 두 집을 번갈아 드나들면서 생활비도 똑같이 지급했기 때문이다.

 내가 남편과 결혼하고 보니 시할아버지께서 작은할머니를 보셔서 배다른 시삼촌과 고모 등 4남매가 있었다. 시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왕래를 하지 않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복형제들이 경조사에 참석하면서 지금까지도 우애가 돈독하다.


 요즘 여성들은 남편이 잠시 한눈만 팔아도 이혼을 하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높아진 것도 여성들의 고학력화와 사회진출로 여권신장과 경제력이 강해지고, 여성의 이혼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전혀 장애가 안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사에 의하면 “다시 결혼한다면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남편의 60%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아내들은 대부분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결혼을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내는 결혼을 최악의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한 맞벌이부부의 경우 남편은 대부분 가사일과 육아를 아내한테 전가하려고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가사일과 육아를 공동으로 맡기를 원하는데서 부터 의견대립이 생겨난다.


 TV드라마는 당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아버지는 대부분 아내한테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하고 아내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다.

 중년남성이 아내가 외출할 때 “어디에 가느냐?”고 물으면 “간이 부었다.”고 말하고, 이사 갈 때 자신을 버리고 갈까봐 가장 먼저 트럭에 올라탄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그런데 모 일일연속극에서는 가장이 아직도 가부장제 아래에서의 권위적인 행동을 하여 자식과 아내로부터 외면당하고 만다. 남편은 아내와 처가식구를 먹여 살렸다고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무소불위의 행동에 지쳐서 황혼이혼과 재산분할신청을 청구하는데 남편은 로펌 변호사한테 “자신이 가족을 평생 먹여 살렸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예전 같으면 여자가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도 없었지만 남편이 이혼을 하려 해도 거의 빈 몸으로 내쫓기 일쑤였다.

 요즘에는 아내한테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주고 나면 거지가 된다고 차라리 참고 살겠다고 하는 남편들이 많다고 한다.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원로 드라마 작가의 작품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세 명이나 있는데도 집을 나가 여섯 명의 다른 여자한테서 15명의 자식을 둔 호남아로 그려지고 있다. 아버지는 늙고 병들자 첩한테서 버림받고  본부인과 아들이 사는 집으로 숨어든다.

아내 몰래 외출하다 들키자 이제는 “설마 밖으로 내쫓으랴?” 하고 겉으로는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아내의 눈치를 살피면서 쥐죽은 듯 살고 있다.


 드라마 속의 설정이 모두 현실과 같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고 있다.


       友瑛. 2010. April. 24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롤 모델과 멘토  (0) 2010.05.13
눈물의 의미  (0) 2010.05.02
삶과 죽음  (0) 2010.04.03
풍자  (0) 2010.03.19
최고와 최선  (0) 201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