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경야독(晝耕夜讀) ♣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6-3-3-4 편제로 되어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요즘은 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대학교를 졸업해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요즘 대학생들은 각 학과마다 취업에 필요한 영어와 자격증 등을 취득해야 하고 우수한 평점(평균점수)을 유지해야만 취업하기에 유리하다.
SKY에 속하는 모 대학교 공대 ‘토목공학과’에 다니고 있는 작은아들이 작년에 전역하여 올해 4학년에 복학하여 중간고사 기간이다.
아들은 고등학생들한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왔는데 주말과 휴일에는 여러 팀의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 또 평일에는 학교에 출석해야 하고 밤에 시험공부를 하다 보니 3월 한 달 동안에 체중이 줄고 얼굴이 초췌하다.
작은아들이 처음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로 수입이 늘어서 무척 좋아하더니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다 그만두고 졸업할 때까지 제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는 자식한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예전에는 가난한 집안에서 수재가 나왔지만 요즘에는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은 아이들 중에서 秀才가 많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교는 50% 이상이 강남권 출신이라고 한다.
작은아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아와서, 평소에 좋아하는 개그프로도 멀리 한 채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포트를 작성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대학생활이 치열한 머리싸움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어제는 아들이 중간시험일인데 미리 학교에 가서 공부하다 시험을 치른다고 새벽 다섯 시에 깨워달라고 했다. 나는 보통 새벽 두 시에 잠드는데 다섯 시에 아들을 깨우니까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난다.
내가 다시 눈을 붙이고 여섯시 반에 일어나서 아들이 혹시 전철에서 잠들어서 지나칠까 염려되어 전화를 거니까 곧 학교에 도착한다고 했다.
나도 아들이 시험을 치르는 날에는 덩달아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퇴근 후 아들한테 시험을 잘 치렀느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시험을 잘 치러서 평점이 B+은 될 거에요.” 한다.
아들은 올해 졸업반이라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생기면 제 때에 졸업할 수 없기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나 역시 직장과 살림을 병행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과락이 생겨서 졸업이 늦어졌기 때문에 2009년 1학기에도 재이수를 하고 있다.
주경야독을 하는 일은 공부 한가지만을 하기에도 버거운데 두 가지를 동시에 치러야하기 때문에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友瑛. 2009. April.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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