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예물시계 ♥
나는 1980년 남편과 결혼하면서 당시에도 흔하지 않았던 오메가시계를 예물시계로 준비했다. 하지만 시계가 너무 투박하고 무거워서 남편은 가죽 줄로 된 슬림한(두께가 얇은) 시계를 사서 착용하고 결혼 예물시계는 보석함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가끔씩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낡은 앨범을 보면서 지난 추억을 상기하기도 하고, 대부분 이미테이션이지만 보석류를 꺼내어 보는 것이 취미다. 며칠 전에도 거실에서 남편과 내 결혼 예물시계를 꺼내어 보고 있는데 작은아들이 방에서 나왔다가 시계를 보더니 “무슨 시계에요?”하기에 “네 아버지가 결혼할 때 외가에서 예물로 준 유명한 오메가시계다.”라고 말했다.
작은아들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바늘이 멈춰버린 시계를 팔에 차보더니 “이 시계는 명품이라 요즘에도 결혼예물로 한다는데 제가 고쳐서 결혼할 때까지 사용해도 돼요?”하는 것이다.
나는 아들한테 남편의 시계를 건네주면서 “그래. 네가 결혼하게 되면 이 시계는 반납해라. 후손에게 유물로 남겨둘 예정이다.” 했더니 빙그레 웃는다.
작은아들이 서울 종로에 있는 명품시계 전문수리 센터에서 시계를 감정해보니 正品이고 구형이지만 지금도 백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했단다. 아들은 수리비 15만원을 들여서 내부청소와 새 유리로 바꾸고 시계 줄을 새 것처럼 광을 내서 가지고 왔다.
나는 남편의 결혼 예물시계를 아들이 사용하게 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외국에서는 엄마가 입던 신부드레스를 딸이 결혼할 때 입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조건 새 것을 선호하는 기질이 있어서 오래된 것은 구식이라고 배척하는 것 같다.
결혼은 人倫之大事이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 실속파가 많아서 18K나 14K 혹은 이미테이션을 주고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혼예물은 형편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할 때 목걸이도 없이 순금반지 3돈과 화이트에 사파이어를 박은 반지 하나만 받아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서운함이 남아있어서 아들이 결혼할 때 며느리한테는 신경을 쓸 것이다.
당시 친정에서 여유가 있고 내가 첫 결혼이어서 남편 예물은 어머니가 무척 신경을 쓰셨기에 오메가 시계와 18K에 사파이어를 넣은 반지를 받았다.
友瑛. 2009. January.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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