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맏이의 品格 ♠
‘맏이’는 같은 항렬 중에서 첫 번째로 태어난 형제를 말하는 데 맏아들과 맏딸이 여기에 해당된다. 品格은 '사람된 品性과 人格'을 나타낸다.
어떤 사람을 처음 보면 그 사람의 言行을 보고 맏이인지 아닌지 가늠하게 된다. 대부분의 맏이들은 부모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다 보니 아래 형제들 보다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되고 동생들을 배려하는 습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저명한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맏이가 동생들 보다 지능이 높고 리더십이 강해서 특히 정치가 출신이 많다고 한다. 이는 부모한테서 “너는 형(언니)이니까 동생한테 모범이 되어야한다.”는 말을 늘상 들으면서 자랐던 탓에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책임감을 키우게 된다.
그런데 단순히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의젓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맏이의 성격 형성은 가족 중에서 출생에 의한 서열로 인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출생 이후 어떻게 키워지는가에 따라서 정해진다고 한다.
맏이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둘째가 맏이노릇을 하게 되면 역시 맏이로서의 품격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맏아들의 경우 한 집안을 이끌어 나가야할 차세대 리더로서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거나 반대로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공부를 포기하고 일찍부터 직업전선에 나서야 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었다. 前者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해당되고, 後者의 경우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씨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자식을 많이 낳지 않아서 외아들이나 외동딸이 많고 많아야 한 두명의 자식을 두기 때문에 ‘맏이’라는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나는 추석을 맞아 친정에서 명절을 준비하시라고 부모님께 미리 돈을 드리러 갔는데 막내동생이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 하필이면 예전에 소아마비로 수술을 한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용직이라 병원비를 자기 부담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치료비에 보태라고 십만 원을 주었다. 나는 부모님이 팔순이 가까운 연세로 연로하시고 막내동생과 어린 조카가 함께 살고 있어서 늘상 신경이 쓰인다.
추석 당일 오후에 친정에 갈 때 내가 입던 티셔츠를 조카한테 주려고 가지고 갔다. 마침 큰동생과 올케가 와 있었는데 큰동생은 예전에 철 없이 사업을 한다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살던 모습이 아니라 머리가 반백이고 얼굴은 현장에서 일을 하느라 주름이 깊이 패인 초라한 중년남자의 모습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예전의 미운 감정은 사라지고 연민(憐憫)의 감정을 느꼈다. 큰동생만 아니었다면 부모님이 지금처럼 고생을 하시지 않았을 터이고 막내동생도 이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케도 식당에서 일을 하느라 얼굴이 전보다 많이 야위었다.
큰동생은 맏아들로서 부모님의 막대한 재산을 탕진한 것에 대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友瑛. 2007. September.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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