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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 하지 않은 여자

 

 

                           ♥ 離婚하지 않은 女子 ♥


요즘 우리나라 기혼자 17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을 하는 奇現象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혼에도 조건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경제력 상실, 배우자의 外道, 성격차이가 곧 이혼의 조건이 된다. 이른바 ‘新 離婚時代’가 도래한 것이다.

 

요즘에는 혼전동거나 이혼이 그다지 흉이 되지 않지만 내가 결혼하던 1980년 당시만 하더라도 남녀가 사귀다가 스킨십만 있어도 양심상 다른 사람한테 갈 수 없었고, 임신이 되면 그 사람과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앞날이 편안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가 있는 여자로 인정되어 비밀을 안고 숨죽이며 살아가거나 과거로 인하여 무일푼으로 이혼을 당하고 자식도 만나지 못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2000년에 여성부가 생겨나면서부터 여성의 권리가 상승되었고,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남녀평등의식이 강화되었으며, 여성들이 사회활동으로 경제력을 갖추면서   목소리에 강한 힘이 들어갔다. 또한 이혼여성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제도화 되었고, 財産分割制度의 도입으로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결혼 후 늘어난 남편 재산의 절반을 위자료로 받을 수가 있다.


여성은 이혼을 하더라도 특별한 하자(瑕疵)가 없는 한 자녀의 양육권(養育權)을 가질 수 있고 면접교섭권(面接交涉權)도 있다. 가장 매력있는 부분은 이혼하더라도 전 남편의 연금을 40%까지 받을 수가 있으니 누가 불편한 결혼생활을 참아내려고 할까?

이혼녀라도 경제력만 가지고 있으면 매력있는 연하의 남성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여자들이 남자 보다 배우지 못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꺼리는 사회풍토가 조성되어 있었고 그로 인하여 경제력이 없어서 남편의 폭력과 외도를 묵묵히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여자들이 오히려 이혼을 요구하는 비율이 늘고 있고, 남자 중에는 아내의 불륜을 알고도 모른 척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즘 이혼 문제가 40~50대 중장년층의 새로운 사회적 이슈(Issue)가 되고 있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바로 이 세대가 젊었을 때 보수적인 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연예인 부부가 이혼을 하여 실망했다. 그동안 매스컴에서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났는데 그들은 속앓이를 하면서 남한테 사이좋게 보이려고 했을테니 연민의 정을 느낀다.

요즘도 일부 가장들은 아직도 가부장적 태도가 남아있어서 현 세태를 따라가고 있는 아내들과 마찰을 빚고 불화 끝에 이혼이라는 결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세상은 변했는데 자신만 변하지 않겠다고 ‘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하다가는 재산을 잃고 아내마저 떠나버리는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남편은 무척 현실주이자이다.

남편은 십 여년 전에 형님과 동업을 하면서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무시하고 형님 부부가 하자는대로 나를 앞세워 돈을 끌어댔는데 IMF사태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형님은 빠져버리고 사업상 대표자인 남편이 억대 가까이 부채를 혼자 떠안고 말았다. 결국 형제사이는 우애가 끊어져버렸고 나는 빚을 갚기 위해 한동안 전자회사 생산현장에서 스피커를 조립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방송대학에서 두 번이나 학사학위를 받았고 컴퓨터를 익혔다. 지금은 내가 'D고무벨트 대리점'에서 경리사원으로 비교적 편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남은 사업빚 대출상환금과 두 아들의 학자금을 갚아나가느라 승용차도 없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IMF 이후로는 요즘 세태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으로 살아간다. 예전의 권위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예전에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눈을 부릅뜨던 습관도 사라지고 눈매가 순해졌다. 우리 부부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면 결코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을 만큼 심각한 상태가 20 여년 동안 유지되었다.

우리 부부는 이혼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지만 나는 아이들 장래를 생각해서 이혼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두 아들이 반듯하게 잘 자라주었으니 그동안 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생한 보람이 있다. 남편 스스로도 개과천선(改過遷善)했다고 하면서 나 보다 먼저 퇴근하면 찌개를 끓여놓고 아내를 기다리고, 슈퍼에 가면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자상한 천사표 남편으로 변했다.


단골 슈퍼에 가면 바구니를 들고다니는 남편을 보고 정육코너 아줌마가 “사장님은 참 자상하신 것 같아요.”하면서 나한테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그녀한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게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려 이십 여년을 내공을 닦았기에 가능한 것이랍니다.”


요즘 부부의 이혼으로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부모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友瑛. 2007. Octob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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