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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독한 여자

 

 

                 ♧ 독한 女子  ♧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이제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돼 버렸다.

 불과 한 世代 전만 하더라도 女子가 결혼을 하면 현모양처(賢母良妻)로 살아가는 것이 전형(典型)으로 알고 있었고,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는 팔자가 세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가족 형태가 점점 핵가족화 되고 적은 수의 자녀를 키우다 보니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이십여 년 전에 방영된 ‘아들과 딸’에서의 귀남이와 후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1997년 IMF사태로 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전업주부의 비율이 많았는데 돌아온 남편 대신 아내가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가정생활을 등한시할 수 없어서 직장여성들은 원더우먼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출근 전에 가장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지어놓고 설거지를 마친 후에 출근을 하고. 퇴근하면서 장을 봐서 들고 와서는 저녁 준비를 하고, 먹고 난 후에는 설거지와 청소, 세탁기를 돌리고, 다림질과 끝도 없는 가사노동을 하다가 하루를 마치게 된다. 이렇게 매일같이 반복하다 보면 ooo라는 이름 석 자는 어디로 가고 누구 엄마와 누구 아내로만 남아있게 된다.

 누구든 이처럼 반복된 삶을 살다 보면 아무리 총명하던 여성도 무기력하게 지쳐버리고 만다.


 내가 속해 있는 [방송대학교]‘중어중문학과’에는 40대 이후의 여성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어를 전공하기 때문에 학습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어서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씩 서울대 출신의 교수님으로부터 중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직장에서 6시에 퇴근하면 7시까지 도착하기가 어려워서 금요일에는 사장님께 양해를 얻어 15분 정도 일찍 퇴근하여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학교로 간다.

학우들 중에는 전업주부 보다 직장인이 많아서 모두들 피곤할 테지만 어김없이 제 시간에 강의실에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앉는다.

 더구나 중간고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리포트를 작성하랴 주관식 시험공부를 하랴 쉬는 시간에도 학습정보를 교환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현재 4학년이니까 3학년까지 학점관리를 잘 한 학우들은 4학년과목을 이수하면서 졸업논문을 준비하느라 더욱 바쁘게 살고 있다.

 나는 2학년 과목에 과락(科落)이 있어서 올해 졸업논문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직은 여유가 있다.

 지난 오리엔테이션 때는 예쁘게 화장을 하고 ‘치파오(qipao)를 입고 신입생 앞에서 중국노래를 불렀는데 요즘에는 화장에 신경을 쓰지 않고 대부분 ’쌩얼‘로 나오다시피 한다.


 나는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가까워진다. 저녁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니까 늦은 저녁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면서 소화를 시키고 샤워를 하고 남은 일을 하다 보면 보통 새벽 2시가 다 되어야만 잠이 든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一人多役을 거뜬히 소화하면서도 자신의 능력개발을 위해 늦은 밤에도 눈을 크게 뜨고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애쓰는 그녀들이야말로 독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友瑛. 2007. April. 14

 4-1 학기에 이수해야할 교과서

 2007년 4학년 1학기 시험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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