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전부터 골반바지와 엎드리면 등허리가 보이는 배꼽티(티셔츠)가 유행이었는데 올 여름에는 골반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기장의 티셔츠와 원피스형의 블라우스가 유행이다.
나는 주로 20~30대 미스와 미시족이 이용하는 의류매장에서 세일할 때 옷을 구입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실제 내 나이 보다 십 년 이상 젊은 감각으로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내가 근무하는 산업유통단지 안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가끔씩 청소시간에 화장실을 가서 만나게 된다.
내가 "수고가 많으세요?"하고 인사를 하면 반갑다고 자신의 딸 얘기도 하는데 몇 달동안 친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말을 놓는다.
나는 아무리 젊은 여자라도 반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렵게 생각하는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 아주머니와 얘기를 하다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하고 물으니 "쉰 여섯"이라고 한다. 나는 "저는 올해 쉰 세살이에요."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미안해요. 나는 마흔 중반인줄 알았어요. 어쩌면 그렇게 젊어보여요?"했다. 그 이후로는 아주머니를 만나도 나한테 반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결코 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젊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렇게 보였나 보다.
나는 산업유통단지 안에 있는 산업용 벨트를 취급하는 매장에서 경리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고객인 공장의 대표나 남자 직원을 상대하다 보니 옷차림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나는 원래 바지 보다는 원피스나 투피스 정장을 선호하는데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정장차림으로 갔더니 사징님이 "스커트 보다는 바지가 일하기 편할 겁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그런데 반골반 스타일이다 보니 상의가 짧아서
늘 신경이 쓰였다.
나는 옷을 아까워서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 기장이 긴 티셔츠가 유행이니까 예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어 입을 수 있다.
이 옷은 1997년에 구입한 당시 인기가 있던 'PePe"라는 여성복인데 당시에도 거금을 주고 세일 때 구입한 것이다.
지금 다시 입어도 66사이즈 옷이 그대로 잘 맞는다. 허리에 가느다란 체인벨트를 매고 청바지 위에 입었더니 제법 잘 어울린다.
유행은 돌고 돈다.
지금도 내 옷장에는 유행이 지나서 버리지 못한 정장이 몇 벌 있는데 모 의류매장에서 헌옷을 보상판매하고 있지만 그냥 두려고 한다.
몇 년후에 다시 입게 될지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