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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친정아버지와 대추나무

 

          ♠ 친정아버지와 대추나무 ♠


 立秋와 末伏이 지났는데도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은 朝夕으로 그다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지는 않지만 며칠 전 보다는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손으로 햇볕을 가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얀 솜털구름이 금방이라도 손을 뻗치면 잡힐 것 같다.


 지금은 절기상으로 모든 山野뿐만 아니라 아파트 화단에도 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요즘 출퇴근할 때마다 아파트 입구의 ‘金華飯店’ 대문 옆에 심어져있는 대추나무에 눈길이 간다. 대추나무 잎이 점점 푸르게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화교인 周先生이 운영하는 3층짜리 ‘금화반점’ 상가건물은 1999년까지 친정 소유였고 대추나무는 바로 친정아버님께서 종손이라서 제사상에 올리려고 묘목을 사다 심으셨는데 해마다 가을이면 한 말 정도의 수확이 있었다.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대추가 푸른색에서 예쁜 빨간색으로 변하고 맛있게 익을 때쯤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하여 여자와 아이들이 동원되었다. 아버지가 길다란 대나무 장대를 두 개 이어서 길게 하여 대추나무를 치시면 닿는 곳마다 익은 대추가 땅으로 우수수 떨어졌고, 어머니와 나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주워담는다. 대나무 장대가 짧아서 닿지 않는 곳에는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대추나무에 올라가서 타잔처럼 옮겨다니면서 나무를 흔들면 대추가 땅으로 떨어졌다.

 땅에서 주워낸 대추 중에서 흠집이 없는 것만을 골라서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말렸다가 다음해제사 때마다 제사상에 올려졌다. 하지만 추석 때는 언제나 말리지 않은 생대추를 차례상에 올렸는데 생으로 먹으면 상큼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했다.

 

 아버지는 상가주택이 주선생한테 팔리고나서 무척 허탈해하셨다. 중국사람은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혹시 대추나무를 베어버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대추나무가 건재하다. 그후부터 제사 때 대추를 사다 쓰지만 예전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친정은 연수동으로 이사를 했지만 나는 예전 친정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다.


 ‘금화반점’이 작년 가을에 오래된 울타리를 헐고 새로 담을 쌓으면서 대추나무가 있는 근처까지 바닥에 콘크리트를 발랐다. 그런데 올 봄에 다른 나무는 모두 잎이 나기시작했는데 대추나무는 마른 나무인채로 잎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뿌리부분을 콘크리트로 막아서 그런가?” 생각하고 주선생 아들한테 “대추나무가 왜 아직도 잎이 나지 않지요?”하고 물었더니 “대추나무는 원래 잎이 늦게 나거든요.”했다. 그후 잎이 생겼고 지금은 잎이 무성하고 작은 대추열매가 달려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버린 대추나무지만 아직도 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친정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타임머신(Time machine)을 타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友瑛. 2006. August. 13

 

 

 

 




요즘에는 중간크기로 잘 자라고 있다.

 



대추열매가 생겨나기 전의 모습

 

 


말린 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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