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면산업 ♠
體面은 ‘남을 대하는 체재(體裁)와 면목(面目)’을 말한다.
여기서 ‘체재’는 기존의 사회질서와 사회체제를 말하고 ‘면목’은 남을 대하는 낯이나 체면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선시대부터 儒敎를 숭상해왔기 때문에 체면을 가장 중시해왔다. 그래서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던 양반들은 집안에서 죽을 먹고 나와서도 고기를 먹은 것처럼 이를 쑤셨다고 한다.
‘兩班傳’을 읽어보면 벼슬하지 못한 가난한 양반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동헌에서 돈을 빌려 쓰다가 나중에는 돈이 많은 常民한테 양반문서를 팔아먹지만 문서를 사들인 상민은 까다로운 양반의 법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원래대로 상민으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양반들은 체면을 중시했던 것이다.
요즘에는 이른바 ‘체면산업’이 부상(浮上)하고 있다.
과거에 대기업의 임원을 했거나 고위간부였거나 커다란 사업체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운전기사와 개인비서를 두고 살아왔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과거처럼 중요한 모임에서 도움을 받으면서 품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타인 앞에서 돈 있고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사람들을 위하여 ‘체면산업’이 성행하고 있는데 대리운전업체에서는 경력자를 뽑아서 자동차에 관련된 예절과 교양 있는 말솜씨 등을 가르쳐서 기사를 파견하고 있다.
전화비서업체는 인터넷에 등록하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주로 비서를 두기 힘든 소규모 벤처기업사장이 이용하고 있다. 고객이 손님과 만날 때 바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주는 서비스제도다. 명품 대여업체도 20~30대여성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요즘 경제소득이 높은 가정이나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위해 미술품을 대여하는 대여업체도 호황(好況)을 이루고 있다. 퇴직한 고위 공직자나 기업체 간부의 자녀가 결혼 하면서 식장이 썰렁하면 체면이 구겨질까봐 인력파견전문 업체를 이용하여 하객을 수십 명씩 동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외모를 가꾸고 체면을 중시하는 습성이 남아있어서 집은 없어도 할부로 차를 장만하고, 고급가구와 최신형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명품소비에 투자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나라 경제는 어렵지만 해마다 명품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불황인데도 결혼을 할 때 가정형편을 생각하지 않고 수천만 원 이상의 혼수를 장만하려고 과소비를 하고, 남에게 과시하듯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러야만 체면유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는 ‘알부자’나 ‘실속파’라는 말이 사전(辭典)에서 사라져버릴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友瑛. 2006. May. 31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기술 (0) | 2006.06.06 |
---|---|
명품과 新 로고주의 (0) | 2006.06.03 |
단골 마케팅 (0) | 2006.05.26 |
여성의 임신과 육아 (0) | 2006.05.23 |
신토불이 (0) | 200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