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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맏딸로 살아간다는 것

 

                 ♧ 맏딸로 살아간다는 것 ♧


 요즘은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먹이고 입히고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아들은 자손을 이어줄 자식이라고 해서 공부를 시키고 딸은 出嫁外人이라고 하여 부유한 집안을 제외하고는 초등학교만 졸업시키고 돈을 벌게 하거나 좀더 가르치는 경우 실업계여고를 나오게 하여 돈을 벌어서 가정경제에 이바지하였다.

 나는 後者에 속하는데 前者에 속하는 내 친가의 고종사촌언니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어서 전답(田畓)과 황소를 샀는데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출가외인이라고 쌀 한 톨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은 대부분 대학을 지원하지만 공부를 잘하더라도 집안 형편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돕는 딸들이 있다. [방송대학교]에는 이러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 있는데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나하고 자매처럼 지내는 S의 맏딸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여상을 졸업하고 인천항에 위치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연봉이 제법 많아서 집을 살 때 대출받은 대출금을 다 갚고 나서 야간대학에 가려고 했지만 항상 퇴근시간이 늦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입사 5년차에 대리로 승진하는 전례를 깨고 전문대학을 졸업한 후배한테 대리자리를 빼앗기고 돌아와서는 대학교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통곡해서 모녀가 붙들고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내년에 [방송대학교]‘중문학과’에 입학을 권유하고 우선 중국어학원에서 기초를 닦으라고 했더니 얼마 전부터 회사에서 가까운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절친한 C언니의 맏딸은 대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대학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다 그만두고 사범대학교에 편입해서 올해 졸업하자마자 교사임용고시를 치르고 합격하여 연수를 마치고 곧바로 실업계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을 휴학하고 군입대중인 남동생을 대학원까지 뒷바라지 하고  결혼 후에도 친정에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대겠다고 결혼할 남자친구와 약속이 된 상태라고 한다.

 

 나와 여동생은 여상을 졸업하여 친정의 가정경제에 이바지하고 결혼했다. 친정어머니가 허리수술을 하고 퇴원했지만 앞으로 일년 동안 무리하게 일을 하면 재발될 수 있어서 집안일을 아버지와 남동생이 맡아하고 있다.

 나는 친정과 거리가 떨어져 있고 평일에는 직장일과 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친정에 자주 갈 수가 없다. 휴일에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기 때문에 토요일에 오전근무를 마치고 친정에 다녀왔다.

 어머니와 조카 옷을 사고, 삼겹살과 상추. 깻잎을 사고 식용유와 참기름, 수세미와 행주, 학용품을 사서 가지고 갔더니 봉투가 양쪽 손에 가득하다. 남동생이 삼겹살을 굽고 어머니가 상추와 깻잎을 씻는 동안 나는 욕실에 들어가서 수세미로 타일과 세면대 변기를 깨끗이 닦았다. 전에는 어머니가 깔끔하셔서 깨끗하게 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허리를 구부리고 힘든 일을 하지 못하니까 눈에 거슬린다. 나는 손목이 약해서 힘에 부쳤지만 참고 닦았더니 눈에 띠게 깨끗하다.


 미국에 사는 여동생이 부모님의 변한 모습이 궁금하다고 해서 디카로 찍어서 파일로 보냈다. 여동생이 아버지 관절약과 영양제와 조카 옷을 사서 보내겠다고 치수를 물었다. 나는 막내남동생한테 “혜주와 원혁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디카로 사진을 찍어주고 중학교 교복을 사줄게 걱정하지 마라.”했더니 나한테 미안해서 그런지 “교복이 너무 비싸서 차라리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이 좋을텐데...”한다.


 디카사진을 저장하다보니 부모님이 몇 달 사이에 부쩍 늙으셨다. 큰동생 때문에 집안이 기울었으니 맏딸인 나의 임무가 막중한 것 같다.


     友瑛. 2006. March. 27

부모님사진

부모님과 나

연년생으로 함께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혜주와 원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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