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Collection ★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나 역시 내가 사용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안방 장롱 위와 베란다의 앵글칸막이에는 예쁜 무늬가 코팅되어있는 종이상자가 여러 개 놓여있는데 각각의 상자 옆면에는 견출지에 이름을 적어두어서 뚜껑을 열지 않고도 상자의 내용물을 알 수가 있다. 이 상자들은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발자취와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끔씩 신문지상에서 수십 년이 지난 물건들을 모아서 박물관으로 꾸미는 사람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한다. 고물이지만 모아서 전시하면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되기도 하고 분해하여 재활용되기도 한다.
내가 처음 수집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피우고 버린 담뱃갑 겉표지다. 당시는 아리랑, 새마을, 청자 등 여러 종류로 기억된다. 우선 빈 담뱃갑을 펼쳐서 안에 붙어있는 은박지를 떼어내고 그림이 그려진 겉 종이를 평평하게 하여 책 속에 끼워놓으면 납작해진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면 빨간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 갈색 나뭇잎을 깨끗하게 먼지를 닦아내고 책 속에 끼워놓으면 예쁜 책갈피가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모은 것은 껌종이였다. 주로 ‘롯데제과’와 ‘해태제과’에서 만든 제품이 많았는데 보통껌과 풍선껌이 들어있는 ‘왔다껌’은 당시 유행하던 만화주인공들의 캐릭터를 그려서 넣은 것인데 노트나 책에 대고 문지르면 금방 그림이 나타나는 판박이형태라서 학생들한테 무척 인기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이미 사용한 우표와 새로 발행된 기념우표를 모으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마침 같은 동네에 여동생 친구의 오빠가 [동산고등학교]에서 ‘우취부’로 활동하였다. 나는 여고 2학년 때 그 학생을 통해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山田博一(야마다 히로이치)라는 일본대학생의 주소를 알게 되어 1년 동안 일본어로 펜팔을 시작하면서 부탁하여 일본 우표를 많이 수집했는데 나는 고3이 되어 실습을 나갔고 야마다는 졸업을 앞두고 실험준비와 실습을 나가느라 바빠서 펜팔을 끝냈다. 나의 우표 수집은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는데 우체국에 돈을 예치하면 기념우표가 발행할 때마다 집으로 보내주는 제도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무척 좋아했다. 일기는 중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결혼을 하면서 부피가 많아서 버리고 갔다. 그 후에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대학노트로 30권이나 된다. 그런데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시작하면서부터는 시간이 부족하여 가계부에 메모형식으로 기입하고 있고, ‘플래닛’에도 간단하게 일기를 쓰고 있다.
나는 어려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고작이고, 여고졸업 후 자동카메라를 구입하여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많이 찍었다.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자 아이들의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갓 태어나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습부터 발가벗은 모습까지 다양하게 찍어주었다. 아이들이 커서 제 모습이 담긴 앨범을 보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니 당시에 형편이 어려웠지만 아이들의 추억을 위해서 사진에 투자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추억은 황금을 주고도 되살릴 수 없는 것이다.’
요즘에는 젊은 부모들이 디카와 캠코더로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서 편집하여 컴퓨터에 저장하기도 한다.
한때는 열쇠고리 모으기가 유행하였는데 나는 돈을 주고 사거나 보험회사에서 판촉용으로 제공하는 열쇠고리를 얻어서 모은 것이 수십 가지나 된다. 또 상가나 호프집에서 만든 광고 성냥을 직접 얻거나 남편과 남동생, 아들한테 부탁하여 모은 것이 수백 개나 된다.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 액서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중년여성들이 순금으로 만든 액서서리를 달고 다니는데 거북, 행운의 네잎클로버, 복주머니, 돼지, 하트, 행운의 열쇠 등 모양이 다양하다. 나는 친정어머니한테 금거북을 사다드렸고, 남편한테는 돼지를 선물했는데 지난 내 생일에는 남편이 거북을 사다주었다. 나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다양한 휴대폰 액서서리를 얻어서 모아두었다.
나는 화폐수집에도 관심이 많아서 지폐와 동전을 연도별로 모았고 외국 동전도 수십 종이나 가지고 있다. 올해 초 오천 원짜리 화폐가 새로 발행되었는데 나는 구 화폐를 파일에 보관하고 있다.
주방의 싱크대 안에는 하나씩 사다 모은 예쁜 찻잔과 접시들이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사용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까워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물건도 버리지 않고 기념으로 모아두었다. 초등학교에서 깍두기공책에 받아쓰기를 하고 별 다섯 개와 ‘참 잘 했어요.’라고 쓴 스탬프잉크가 찍힌 것을 비롯하여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과 고무판화, 찰흙으로 만든 동물, 개근상장과 우등상장, 경시대회 상장과 상패, 크리스마스카드와 편지 등도 상자에 이름표를 붙이고 모아두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입던 하복과 동복을 깨끗하게 빨아서 다려서 종이상자에 넣어두었는데 이 다음에 손자가 태어나면 보여주려고 하는데 손자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2002년에 월드컵이 열렸는데 빨간색 두건과 수건, 티셔츠를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행사가 열리면 기념품을 모으려고 한다.
友瑛. 2006. March.14
1원짜리, 5원짜리, 50환짜리동전
월드컵 기념두건과 기념타월
월드컵 기념 티셔츠
펜팔 편지 겉봉부
<야마다가 보내온 편지>
한국어 즉 한글에 대한 문자의 성립과 성립시대의 역사에 대하여 써주세요.
당신의 일본어 수업은 어떻게 하나요? 텍스트(교재)는 어떤 것으로 하고,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요? 그리고 사용한 우표를 보낼 수 있는지요?
당신의 편지에서 조금 틀린 글자가 있어서 아래에 씁니다.
일본 학교도 3월에 졸업을 합니다. 나는 지금 3학년이므로 내년에 졸업합니다.
내 사진을 동봉합니다. 최근의 것이 없어서 신분증명서의 사진을 동봉합니다.
(다른 편지도 많지만 대표로 한장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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