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은 친구여! ♥
인연(因緣)은 서로의 연분을 말한다. 하지만 친구와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늘은 꼭 일년 전 한창 나이에 친구 박영희씨가 故人이 되어버린 날이다. 박영희씨는 나와 동갑이고 <다음블로그>라는 사이버공간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푸른하늘]이라는 닉으로 활동하였다. 지금 지구상에는 그녀가 존재하지 않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와 주고받은 메일을 다시 읽어보면서 그녀를 생각해본다.
나는 친구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프린터로 뽑아서 투명한 파일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영희씨와 주고받은 메일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2005년 1월7일 금요일 P.M :9시12분 55초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보낸이는 ‘푸른하늘’인데 처음 보는 닉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진실한 사람 같았다.
“님과 친구하고 싶어서요.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공통점이 많고, 7살에 학교에 들어간 것과 여상을 졸업한 것도 너무 비슷하네요. 님에게서는 인간적인 따스한 면이 보여서 정이 갔어요. 시간 되시면 차 한 잔 하셔도 되고요. 좋은 만남이 있기를 바라면서....푸른하늘
이렇게 시작한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은 전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가족관계를 알게 되었고, 그녀도 한 때 [방송대학교]‘유아교육과’에 적을 둔 적이 있다고 해서 더욱 친밀감을 느꼈다. <다음칼럼>이 <다음블로그>로 바뀌고 나서도 우리의 우정은 지속되었고, 하루도 서로의 공간을 찾지 않으면 궁금할 정도로 절친했다. 전화통화도 자주했고 빨리 만나보고 싶었지만 설날이 다가와서 미루었다가 지난 2005년 2월26일에 인천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D데이인 2월26일 12시에 주안역 광장 앞에서 승용차를 타고 온 영희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나는 <블로그>에 사진을 올려놓았지만 영희씨는 사진이 없어서 내가 얼굴을 모르는 상태라서 도로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 차문을 열고 타라고 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나는 영희씨와 오프에서는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친근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문학경기장 근처에 있는 한정식당 ‘경복궁'에서 식사를 하면서 주로 가족과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바빴다. 식사 후에는 주안역 근처에 있는 유료주차장에 차를 두고 커피숍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시면서 다시 긴 얘기를 나누었다. 영희씨가 따뜻한 봄이 오면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하면서 악수를 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했는데 그날 저녁 영희씨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2005년 2월 26일 토요일. P.M : 9시28분25초
“정숙씨! 너무 고마웠어요. 점심 맛있게 잘 먹었구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편안했어요.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고 진솔함과 따뜻함을 느꼈지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돼 주어서 고마워요.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항상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지내기로 해요.
사는 것이 힘들 때도 있고 바쁘기도 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고운 마음으로 살다보면 아름다운 삶이 펼쳐지리라 생각해요. <블로그>에서 정숙씨를 만나 많이 깨닫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구요. 진심으로...
우리 또 만나기로 해요. 가까이에 친구가 있어서 행복해요.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요. 편안한 밤 되시고 안녕히...”
나 역시 영희씨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답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날 이후로 영희씨의 메일을 받을 수가 없었고 사흘 후 다른 블로거로부터 영희씨가 머리가 아파서 쓰러졌는데 병원에 옮겨서 'MRI"를 찍었더니 뇌에 피가 고여있었고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는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식을 들었다.
나는 3월4일 수원에 있는 영안실로 찾아가서 영정 속의 영희씨를 바라보니 “정숙씨! 와 주어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도 영희씨가 사랑하던 [푸른하늘]블로그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있다.
(푸른하늘 [삶의 쉼터]blog. daum.net/2005key)
그녀는 이제 막 지천명에 들어섰는데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난 순서대로 죽지 않는다. 영희씨와 나는 비록 짧은 인연이었지만 내가 죽는 순간까지 친구로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영희씨의 기일(忌日)인데 납골당에 가 보지 못하고 이렇게 염치없이 글로 남기고자 한다.
友瑛 . 2006. March .1
2005년 1월7일 영희씨가 처음 이메일을 보내옴.
2005년 2월13일자 이메일
2005년 2월25일자 이메일
2005년 2월26일 영희씨와 만난 후 보내온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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