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 이야기

부부

 

 

            ♥  夫婦 ♥


 成人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의식을 치르면 부부라는 인연(因緣)을 맺는다. 하지만 태어난 곳도 다르고, 부모도 다르고,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방에서 좌충우돌(左衝右突), 티격태격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식이 태어나고 Gap이 좁혀지면서 서로를 이해(理解)하고 배려(配慮)하게 된다.

 

 요즘에는 가족의 중심축이 부모와 자녀에서 부부관계로 이동하고 있고, 부부사이에 있어서 역할중심이던 것이 관계중심으로 바뀌어가는 추세(趨勢)에 있다.

 아무리 열렬한 사랑도 3년이면 그 수명(壽命)을 다한다고 한다. 연애시절에는 상대의 장점(長點)을 사랑하지만 결혼은 단점(短點)까지도 사랑해야 한다. 

 

 친정어머니가 허리수술을 하시고 병원에서 입원중이다. 간병인이 오전 8시부터 오후8시까지 어머니 곁에서 간병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께서 임무를 교대하여 밤샘을 하고 집으로 가셔서 주무신다. 어머니가 수술하신지 열흘이 지났는데 아버지의 모습이 초췌하다. 어제도 병원에 갔다가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려고 허리를 고정시키는 조끼모양의 보호대를 착용해달라고 하셔서 내가 하려고 했더니 잘 안됐다. 아버지께서 비키라고 하시더니 능숙하게 보호대를 다루시는 모습이 내 눈에는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아버지는 젊어서 권위적이어서 어머니가 고생을 하는 것을 못 본 척 하시고 조금도 도와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내의 소중함을 아시고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큰 남동생이 사업을 하면서 그 많던 재산을 탕진하고 생활이 어려워지고 나서 큰 동생 때문에 막내 동생의 아파트가 가압류가 되자 작은 올케가 이혼을 요구하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손자와 손녀를 맡아 기르게 되었는데, 아버지께서는 과제물을 챙겨주시고 목욕을 시키는 등 손자를 정성껏 보살피셨다.


 남편은 철강회사에 근무하는데 가끔씩 새벽에 근무를 나간다. 오늘도 새벽 3시 반에 깨워달라고 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004년에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곳이 완전히 낫지 않아서 똑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잔다. 십년동안 운동을 하던 헬스클럽에도 힘들다고 가지 않는다. 나는 남편의 피로에 지친 모습을 볼 때마다 꾹 참았던 울분이 터져 나오려고 한다.


 남편은 막내인데 결혼 전에 어머니한테 월급을 전부 생활비로 내놓고 따로 결혼자금을 모으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나를 만났는데 연애기간에 임신이 되었고 친정에서는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다. 돈이 없던 남편은 임신사실을 집에 알리지도 않았고, 친정어머니께서 시어머니를 만나서 상견례를 했는데 돈이 없다고 하시니까 경제력이 있었던 친정어머니께서 남편한테 “내가 주었다고 하면 사돈께서 자존심이 상하실테니 비밀로 하라.”고 하시며 돈을 주셨고 시댁에서는 그 돈으로 결혼준비를 했다.

 남편한테는 당시 25만원 상당의 ‘오메가’ 시계와 보석반지를 예물로 해주었고, 나는 ‘브로바’ 시계와 순금 3돈짜리 쌍가락지를 받았다.


 어려서 유복하게 자랐던 남편은 결혼 후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여러 번 사업을 한다고 일을 벌여놓고 그 수습을 내가 맡아했다. 그래도 남편 혼자 저지른 것은 속이 상했지만 참아낼 수가 있었다.

 남편은 형님과 동업을 했는데 남편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공구대금과 자동차 할부금 등 갚아야 할 돈이 수 천 만원에 이르렀다. 사업이 잘 될 때는 이익금을 따져서 챙겨갔지만 점점 일이 없어지자 사업을 하지 않겠다면서 몸만 빠져나가고 남편 이름으로 된 빚만 고스란히 남았다.


 대출금을 친정에서 보증을 섰기 때문에 나는 친정에 피해가 갈까봐 전자회사에 들어가서 궂은일을 하면서 빚을 갚아나갔고 우리 부부사이에는 늘 찬바람만 불었다,

 나는 남편한테 “형님한테 가서 얼마라도 받아오라.”고 채근하였고 내 집에서는 그 때마다 큰 소리가 났다. 남편은 남한테는 허세(虛勢)를 부렸지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성격이다. 시숙은 장남이라 집을 물려받았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앞세워 남편을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시어머님은 3년 전에 돌아가셨다.


 남편은 3D업종의 하나인 철강회사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연봉은 적지 않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서 나이 보다 겉늙어 보인다. 만일 빚이 없다면 자가용을 굴리면서 여유 있게 살고 있을텐데 내 급여를 합쳐도 수입의 절반은 대출금을 갚아나가느라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한테 용돈을 주지 못해서 아이들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댁에 가면 남편 보다 더 젊어 보이는 시숙을 볼 때마다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동생이 빚을 떠안고 갚아나가느라 고생을 하는데도 모른척하고 “어떻게 사느냐”고 빈말조차 없다. 엊그제 병원에 갔을 때 친정어머니가 “서서방이 고생을 하느라 얼굴이 안됐네.”하면서 측은한 표정을 지으셨다.


 어떤 사람은 형제한테 가서 행패를 부려가며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는데 바보처럼 당하기만 했지만 선하게 살고 있는 남편이 그리 밉지 않고 오히려 듬직하다.


       友瑛 2006. January. 17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0) 2006.04.03
친정부모님  (0) 2006.01.17
남편의 가사노동  (0) 2006.01.01
연말정산과 가계부  (0) 2005.12.27
친정에서 김장하기  (0) 200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