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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기


    ♤ 아침형 인간(人間)으로 살아가기 ♤ 올 여름에는 모든 생물체(生物體)가 삼복(三伏)더위에 축 늘어져버렸다. 요즘 날씨가 무더워서 장시간 동안 선풍기 바람을 쏘였더니 머리가 띵하다. 나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새벽 한 시가 넘도록 잠을 자지 않아도 거뜬했는데 요즘에는 자정 전에 졸려서 일찍 자고 대신 할 일을 미루었다가 새벽에 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까지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아침형 인간으로 체질이 바꾸어지려는 가 보다. 벌써 오늘까지 사흘째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 물론 알람소리를 듣고 깨어나기는 했지만 매미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다시는 잠이 들것 같지 않다. 나는 방금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안방 모습부터 돌아다본다. 남편은 언제나 벽 쪽을 향해서 옆으로 자고 있다. 더위에 약한 체질에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힘든 일이라서 집에 돌아오면 시원하게 해주려고 한다. 밤에도 에어컨을 켜고 자기 때문에 덕분에 나도 시원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 본다. 방문을 열어놓고 선풍기에 의존하여 잠을 자는데 한 눈에 보아도 더위에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다. 앞뒤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았는데도 바람이 한점도 불지 않는다. 창밖을 내다보니 모두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깊은 잠에 빠져있어서 아파트에는 한 집도 등불이 켜져 있지 않다. 나는 쌀을 씻어서 압력밥솥에 안치고 취사버튼을 누른 후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부터 검색에 들어간다. 받은 편지함에는 뉴스레터를 신청한 블로그에서 새 글이 들어와 있다. 나는 어젯밤에 미처 읽지 못해서 이월(移越)된 글과 새 글이 공존하고 있는데 어느 글부터 읽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먼저 도착한 글부터 개봉을 한다. 나는 요즘 너무 피곤하고 게을러서 새 글을 미리 만들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지금처럼 축 늘어지지 않았는데 나이 탓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 6시까지 블로그를 방문하는데 매미가 계속 울어댄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남편부터 깨우는데 이때쯤이면 신기하게도 매미소리가 멀어져간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닭을 키웠는데 새벽이면 수탁이 시끄럽게 우는 소리에 알람시계가 없어도 저절로 눈이 떠졌다. 또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는 아침이면 ‘새벽종이 울렸네.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되는 새마을 노래를 스피커로 틀어주어서 늦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직 아침형인간이 익숙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友瑛 2005. Augu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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