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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화인간


    ♤ 電話人間 ♤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전화가 없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내가 여고에 다니고 있었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부잣집에만 전화가 있었다. 내 집에는 전화가 없어서 전보(電報)로 ‘내일부터 출근바람’이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요즘에는 집에 전화는 없어도 식구 수대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가정이 많다. 그래서 이력서나 각종 가입신고서에는 휴대전화 번호를 기입하게끔 돼 있다. TV를 보면 부유층에서는 초등학생들도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실제로 학생들한테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휴대폰’이라고 말한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려면 대인관계가 좋아야 하고 정보에 밝아야 한다. 그러기에 컴퓨터와 휴대폰은 필수품이다. 예전에는 두 사람 이상 모이게 되면 서로 대화를 했는데 요즘에는 사무실에서, 공공장소에서, 차안에서, 거리에서,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절반 정도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열심히 문자판을 두드린다. 휴대폰으로 통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다운받아 스포츠경기와 드라마. 영화를 감상하고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전송을 하고 저장해서 수시로 들여다본다. 그래서 마치 전화와 인간이 일체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전화인간(텔레포니쿠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휴대폰 이용률이 세계에서 1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으면 혹시 잘못되었나 싶어서 전화기를 확인하고 여럿이 모여 있을 때 벨소리가 들리면 자기한테 걸려온 것으로 알고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손이 간다. 그리고 잠시 집 앞에 물건을 사러 갈 때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간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전화통화를 하면서 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잘도 걸어간다. 집안에서도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간다. 그래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은 불경기라고 울상을 짓지만 유독 이동통신업체에서만은 정보이용료가 신장되어 갈수록 호황(好況)을 누리고 있다. 가수가 음반을 내고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하지만 이동통신업체에서는 벨소리를 공급하고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소리와 문자만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동영상(動映像)과 화상통화기능이 보급되면 통신요금이 더 신장(伸張)될 것이다. 앞으로는 유치원생 손자(孫子)부터 팔순 할아버지까지 말로 대화하는 시간 보다 휴대전화로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러다가는 사람이 문명의 이기(利器)를 사용하면서 점점 인간성(人間性)을 상실하고 사이버(Cyber)化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友瑛 2005. July.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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