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悖倫)

 

        ♣ 패륜(悖倫) ♣

 패륜이란 ‘사람으로서 떳떳한 도리인 인륜(人倫)에 어긋나는 행위’를 말한다. 세상이 점점 末世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27일에 방영된 공영드라마에서 맞벌이를 하는 아들의 손자를 돌보던 시어머니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손자가 뜨거운 국솥에 가벼운 화상을 입어서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소식을 듣고 응급실로 달려온 며느리는 시어머니한테 “에를 어떻게 보았느냐?”며 화를 내면서 뺨을 때리고, 어머니가 아들한테 억울함을 호소하자 아들은 오히려 “어머니가 잘못했잖아요.”하면서 외면을 한다.

 이 장면은 비록 드라마에서 설정된 상황이지만 드라마를 시청한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드라마를 제작한 담당PD는 “요즘 일어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설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방송국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려서 수습하려고 했지만 파문(波紋)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송법에 의하면 ‘국민의 윤리적. 정서적 감정을 존중해야 하고(공정성과 공익성) 건전한 가정에 나쁜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공적책임)’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자식이 부모를 짐승처럼 마지못해 목숨만 연명하게 하고, 무시하고 언어폭행이나 물리적인 폭행을 하여 쟁점사항(爭點事項)이 되기도 한다. 또한 부모를 모시기 싫어서 기도원이나 양로원에 몰래 갖다버리는 경우도 있고, 여행을 보내놓고 그 사이에 이민을 가버리는 패륜아도 종종 나타나고 있고. 재산분배(財産分配)에 불만을 품고 부모와 의절(義絶)을 하거나 심지어는 살인(殺人)까지 서슴지 않는 자식도 있다. 이런 자식들을 볼 때마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TV드라마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태(世態)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공감(共感)을 하거나 분노(憤怒)를 하고 대리만족(代理滿足)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삼강오륜(三綱五倫)과 효(孝)를 중시해왔다.

 우리 刑法에서는 직계존비속(直系尊卑屬)의 살인(殺人罪)나 상해죄(傷害罪)를 저질렀을 경우 중형(重刑)으로 다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패륜에 대한 구체적인 법조항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모자보호법(母子保護法)’과 ‘아동학대방지법’이 법으로 제정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효자효부상(孝子孝婦償)같은 소극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말고 ‘패륜아처벌법’을 만들어서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처벌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렸지만 그에 동조하는 아들의 행위가 더 밉다. 아들이 장가를 가서 일방적으로 며느리 편만 들고 어머니한테 불효하는 자식이 될 줄 꿈엔들 생각이나 했을까? 만일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다가 같은 상황이 일어났다면 딸이 친정어머니의 뺨을 때리지 않았을 것이고 사위도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는 남편이 자신의 부모한테 대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게 된다. 그래서 ‘효자(孝子)가 있는 곳에 효부(孝婦)가 있다.’고한다. 예전에는 아들 가진 부모가 큰소리를 쳤지만 요즘에는 딸 가진 부모가 더 호강을 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게 된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자신도 언젠가 시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忘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식은 부모가 자신의 부모한테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시어머니를 폭행한 며느리도 이 다음에 늙어서 아들의 여자한테서 똑같은 수모를 당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友瑛          2005. Augus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