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의 수난시대(受難時代) ♣
이번 주는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에는 해가 지면 시원한 바람이 불곤 했는데 요즘에는 밤에도 바람조차 불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무더운 날이 계속되면 땀을 많이 흘리니까 사람들이 보신용식품(保身用食品)을 찾는다.
내일은 중복(中伏)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찾는 보신용식품으로는 삼계탕(蔘鷄湯)과 보신탕(補身湯)이 있다. 보신탕은 몸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다른 나라에서도 보신탕 음식문화에 대해서 미개인(未開人)처럼 비판하고 있다. 어제 저녁에는 모처럼 TV를 보는데 ‘개의 수난’에 대해서 방영을 했다.
가족패턴이 핵가족화(核家族化)로 바뀌면서 가정에서 애완견(愛玩犬)을 기르는 집이 늘어났다. 사람들 중에는 애완견을 가족처럼 외출을 나갈 때 데리고 가거나 휴가를 갈 때 애견호텔에 맡기기도 하지만, 애완견(愛玩犬)이 피부병에 걸리거나 털이 많이 빠지면 길에 내다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버려진 개들은 거리를 배회하다가 배가 고프니까 노숙자로 전락하여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병에 걸리거나 흉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띠어 동물구조대에 연락을 하면 구조대원이 신고를 받고 찾아가서 매미채 같은 망이 달린 자루로 동물을 생포하여 동물병원에서 진찰을 한다. 곧이어 임시 보관소에 한 달 동안 보관하면서 주인을 찾아주거나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내는데 입양이 되지 않으면 모두 안락사(安樂死) 시킨다고 한다. 애완견은 말 그대로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있는 장난감 노릇을 하다가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지니까 버림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것이 한 때는 보통사람 보다 더 상팔자로 살았던 애완견의 최후(最後)인 셈이다.
보신탕의 주재료가 되는 변견(便犬)은 원래의 개 주인한테서 개장사한테 팔려서 도살장 창고에 갇혀서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이 찾아와서 마음에 드는 개를 고르면 도살장 주인이 개를 끌고 나가서 도살하는데 TV에서 보니 개가 엉덩이를 땅에 대고 억지로 질질 끌려가는 것을 보고 나는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외면하고 말았다. 내가 어려서는 집에서 개를 길렀는데 암놈은 새끼를 낳게 하여 어미와 새끼 한 마리만 남기고 어머니가 함지박에 나머지 강아지를 담아가지고 나가서 팔아서 소리가 나는 그릇을 사야만 좋다고 하시며 양은솥과 냄비를 사오셨다. 강아지 덕분에 구멍이 난 양은냄비를 때워서 쓰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산 중턱에 살았는데 여름이면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남자들이 산에 개를 끌고 가서 목을 졸라 죽이고 불을 피워서 그을려서 잡아먹는 일을 종종 목격했다. 개를 잡는 날은 멀리서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털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재래시장에서는 여름이면 개고기를 그대로 날로 팔거나 삶아서 팔곤 했는데 나는 비위가 약해서 시뻘건 개고기 때문에 가까이 지나가지 못하고 멀리 돌아서 다녔다.
요즘에는 함부로 도살(屠殺)을 할 수 없는 것만 달라졌을 뿐 보신탕을 먹는 인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동물 중에서 개는 주인한테 백퍼센트 순종을 하는 동물이다. 이런 순한 동물을 사람들은 보신을 위해서 무참하게 죽이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개의 수난시대’가 되는 것이다.
友瑛 2005. July.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