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테크와 잠테크 ♠
사람에게는 누구나 하루 24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척도(尺度)가 될 수 있다. ‘재테크’가 재물을 관리하는 기술이라면 ‘시테크’는 시간을 관리하는 기술이고, ‘잠테크’ 역시 잠자는 시간을 관리하는 기술이라 하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시테크’와 ‘잠테크’에는 소홀한 것 같다.
서양에도 ‘The time is gold'라는 격언(格言)이 있을 정도로 예전부터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19세기말 조선시대 ’퇴계학파‘의 학자인 윤최식이 정리한 <일용지결>은 선비가 따라야 할 일상의 지침(指針)을 제시한 ’시테크‘지침서로써 시간의 당위성(當爲性)과 효용성(效用性)을 내세우고 있다.
양반들은 사극(史劇) 드라마에서 보이는 풍류(風流)나 읊고 기생이나 취하는 한량(閑良)이 아니었다. 양반들은 하루를 12등분하여 기상시간인 인시(寅時)(오전 3시~5시)부터 취침시간인 해시(亥時)(오후 9시~11시)까지 매시간 해야 할 일을 제시하였는데 주로 공부 및 독서, 부모공양, 손님맞이, 자녀교육, 재산관리 등을 하였다.
요즘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주말인 토요일에는 늦잠을 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휴일이라고 무조건 잠을 자는데 시간을 보내지 말고 잠자는 시간을 적당하게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잠테크’가 필요한 것 같다. 전문가에 의하면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한꺼번에 잔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잠이 보약’이라고 하지만 늦잠을 자다 보면 잠이 늘기 마련이다. 흔히 잠이 많은 사람을 게으르다고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도 예전에 공부를 하지 않고 블로그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는 한나절까지 잠을 자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TV를 보다보면 어느새 저녁시간이 돌아온다. 그 당시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 보다는 더 보람된 삶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45살에 [방송대]‘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려고 알아보니 마흔 살까지만 채용한다고 했다. 당시 나보다 젊은 동기생들은 졸업을 하자마자 학습지교사로 취업이 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나이제한에 걸려서 배운 것을 활용하지도 못했다. 지금도 30~40대 초반인 주부들은 각종 자격증시험에 도전할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가 있다. 전업주부라고 해서 집안일만 하면서 지내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게 된다. 주부들도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자신에게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흔히 ‘Well Being'이라고 하면 우선 레저활동을 떠올리게 된다.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낚시동호회에 가입해서 정기적으로 낚시를 다녀오고, 테니스 . 골프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요즘에는 ’건(健)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는데 이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헬스클럽에서 체력단련을 하거나 山行이나 자전거타기, 달리기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삶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외면적인 ’웰빙‘ 못지않게 내면의 ’웰빙‘도 중요하다.
가끔씩 동창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전업주부인 그녀들이 나 보다 더 피곤하다고 한다. 직장에 나가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고, 아이들도 다 컸고, 시부모 공양도 하지 않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萬事가 귀찮고 피곤하다.”면서 나이 탓을 한다.
우리 몸도 기계와 같아서 멈추게 되면 녹이 슬뿐이다. 기계를 자주 사용해 주어야 수명도 길어지는 것처럼 뇌와 육체를 자주 움직여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책을 많이 읽고 인터넷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운동을 통해서 신체를 단련시켜 주어야 한다. 나는 직장인, 학생, 주부의 ‘一人三役’을 하면서도 거뜬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24시간을 48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TV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 시간에 다림질이나 채소를 다듬거나 마늘을 까고 바느질을 하면 되고,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 된다. 전화를 받으면서 한 손으로 물걸레질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면서 익을 때까지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싱크대 안을 정리하면 된다. 아침에 식구들을 깨우면서 흐트러진 방 정리를 할 수 있다. 혹자는 “어떻게 이처럼 빡빡하게 살고 있느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 버렸다.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십여 년 동안 생활하다보니 그래도 시간이 남는 것 같아 블로그 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내 자신한테 열심히 투자를 하면 이 다음에 나이가 들어서 머리와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友瑛 2005. July.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