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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추억의 주산


                  여고시절에 사용하던 손때 묻은 주판

                     아직도 이름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주판

                ♥ 추억의 주산(珠算) ♥


 주판(珠板)은 ‘셈을 놓는데 쓰이는 제구’를 말하고 주산(珠算)은 ‘주판으로 가감승제(加減乘除)를 하는 셈법’을 말하는데 가감승제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말한다. 주판은 다섯 개의 주판알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에 있는 주판알은 숫자 5를 나타내고 아래에 있는 네 개의 주판알은 숫자 1을 나타낸다. 주산을 배우면 머릿속으로 숫자를 연상하면서 계산하기 때문에 수리능력(數理能力)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전자계산기(電子計算器)와 컴퓨터의 보급으로 일상에서 잊혀져 버렸던 주산이 1991년 이후 14년 만에 학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동네마다 ‘주산속셈학원’과 ‘웅변학원’이 많았다. 우리집은 큰아들이 1987년에, 작은 아들이 1989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우리집은 남편이 사업을 한다고 일을 벌여놓고 빚을 지고 있어서 아이들을 학원이나 유치원에 보낼 형편이 안됐다. 나는 아이들한테 기초 한글과 수의 개념을 깨우치게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주산속셈학원’에 보냈다. 내 친구들은 아이들을 미술학원이나 음악학원, 태권도장,  웅변학원 등에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서 보낼 꿈을 꾸지 못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에 뒤쳐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반찬값을 줄여가면서 속셈학원에 보낸 이유는 다른 것은 내가 직접 가르칠 수 있지만 산수는 점점 단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기초를 닦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육대학교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해서 당시 명문으로 알려진 ‘인천여중’에 당당하게 합격하였다. 그러나 1학년 2학기에 태어난 막내 남동생이 소아마비로 판명되는 바람에 집안 분위기가 항상 우울하였다. 나는 진로를 바꾸어 ‘여상’으로 진학하여 주산(珠算), 부기(簿記), 타자(打字)를 배울 수 있었다. 이들 과목들은 급수(級數)를 취득해야 하는데 어려운 나는 가정형편 때문에 주산 한 과목만 급수를 겨우 취득할 수 있었다.


 나는 처음 ‘주산학원’에 등록을 하고 기초반에서 초등학생들과 같이 배우다가 한달이 지나고 나서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습을 계속하여 차차 급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석 달 만에 3급 주산 급수증을 취득하였고 그 후 1급을 목표로 학원에 더 다니면서 다시 응시하여 2급까지 취득했다. 그러나 부기와 타자는 학원에 다니지 않아서 급수를 따지 못했다.

 

 여고동창생들은 졸업 후 호텔리어나 관광회사에 취업을 했고 나는 운수회사의 경리로 취직을 했다. 나와 절친하던 친구 O는 졸업 후 서울에서 제법 잘 알려진 타자학원에 등록하여 타자를 배웠는데 학원의 추천으로 ‘주일한국대사관’의 타이피스트로 취업이 되어 갔다가 일본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 귀국하여 ‘일어일문학과’에 편입하여 졸업을 하고 교직과정(敎職課程)을 이수(履修)하여 현재 모교(母校)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나는 여고를 졸업한지 올해로 32년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고 때부터 사용하던 주판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계산기로 사용하는 것 보다 주산과 암산(暗算)으로 계산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그래서 옷을 사러 갔을 때 세일가격으로 계산하는데 내가 점원보다 먼저 금액을 계산하여 “이 옷은 얼마이지요?”하면 놀라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판알이 대부분 흰색이거나 갈색이었는데 신문에 나온 사진을 보니 주판알이 여러 가지 색상으로 돼 있어서 일(一) 단위부터 십(拾), 백(百), 천(千), 만(萬 )단위까지 구분이 되니까 배우기가 쉽고 미적 감각도 있어 보인다. 앞으로 주산이 많이 보급되어 청소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두뇌활동을 위해서 많이 활용을 했으면 좋겠다.


               友瑛            2005. July.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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