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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년해로


 

     ♥ 백년해로(百年偕老) ♥


 성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고 뜻을 같이하여 재산을 늘려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라 하겠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기란 쉬운 것 같으면서도 또한 좀처럼 실천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서로에게 실망을 하고 권태(倦怠)를 느끼고 결국에는 등을 돌리게 된다. 우리가 결혼한 부부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讚辭)는 ‘백년해로’를 하라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결혼을 할 때 주례사(主禮辭)에서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이 바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라.”는 말일 것이다. 파뿌리는 하얗기 때문에 흰머리를 상징한다.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주거환경을 비롯하여 각종 생활환경이 나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이혼율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쟁점사항(Issue)이 되기도 한다. 이는 사람들이 갈수록 이기적. 개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부사이에도 예의(禮儀)가 지켜져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하지만 이 말은 현대에서는 맞지 않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아내는 아내일 뿐 남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민법(民法)에서도 부부별산제(夫婦別産制)를 인정하고 있어서 결혼 후 부부 각자가 벌어들인 재산을 각자의 명의(名義)로 등기(登記)를 할 수가 있다. 예전에는 남편 명의로만 재산을 등기를 할 수 있었고 아내의 명의로 했을 경우 세무서에서 재산형성에 관하여 자금출처(資金出處)에 대한 조사가 나왔지만 요즘은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수천만 원까지는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는다.


 부부가 결혼을 하고 5주년이 되면 목혼식(木婚式)이라 부르고, 10년이 되면 석혼식(石婚式)이라 부르고, 15년이 되면 동혼식(銅婚式)이라 부르고, 25년이 되면 은혼식(銀婚式)이라 부르고, 50주년이 되면 금혼식(金婚式)이라 부르고. 75주년이 되면 다이아몬드식이라고 부른다. 연애시절 로맨틱한 사랑을 시작할 때는 우리 뇌 속에서 ‘미상핵(尾狀核 )’이라는 부분이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로 꽉 찬 곳인데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은 어떤 보상을 기대할 때 솟아나온다고 한다. 이처럼 로맨틱한 사랑에서는 주는 만큼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강박적(强迫的)이고 충동적(衝動的)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면 서로에게 기대감이 적어지기 때문에 ‘도파민’ 대신 애착(愛着) 등의 감정(感情)과 관련된 부분만이 활동하게 된다.

 

 요즘에는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Sexless부부’가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인 사랑에 기대기보다는 정신적인 교감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마치 오래 묵은 술처럼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배우자가 함께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게 되면 빈자리가 유독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사랑 보다 더 깊은 것이 정(情)이다.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지만 情은 반대로 깊어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정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며칠 전 영국에서는 결혼한 지 80주년을 맞이하여 백세가 넘은 노부부가 결혼 기록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올라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화목한 결혼생활의 비결을 물어보자 아내는 “미안해요(Sorry)”라고 했고 남편은 “알았어, 여보(Yes, Dear)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평범한 말을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상대한테 고맙고 사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라는 말을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 하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있어서 보기에 좋다. 그런데 왜 나는 그 말을 사용하기가 어색하고 쑥스러운지 모르겠다.


        友瑛                     2005. Jun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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