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 상반기 여고동창회 ♧
동창생(同窓生)은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한 관계 또는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동문(同門), 동기(同期)라고 말하기도 한다.
2005 . April . 30. Saturday
2005년 상반기 여고동창회가 서울 시청 앞에 위치한 친구 L이 운영하는 Coffee Shop에서 있었다. [Y여상]은 올해까지 총 35회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나는 4회 졸업생이다. 원래 총동문회(總同門會)는 격년(隔年)으로 개최되지만 그 사이에 좀더 오붓한 만남을 갖기 위해 4회 졸업생만의 동창회를 갖게 된 것이다.
[Y여상]은 1970년대 정부에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광종사원 양성을 위한 특수목적 고등학교로 설립되었다. 내가 1970년에 여상을 지원했을 때는 관광과(觀光科)와 공예과(工藝科)가 각 한 반(60명)씩 있었는데 제1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관광과에서 배우는 교과목은 관광종사원의 자질을 습득하기 위한 관광법규, 관광산업, 관광자원 등의 전공과목과 일반 고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배우는 기초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가정, 미술, 음악, 체육 외에 주산(珠算), 부기(簿記), 타자 등을 배우고 어학으로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특히 일본어는 제2외국어로써 문법과 회화를 병행하여 매일 한 시간씩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 정도의 독해(讀解)와 간단한 회화(會話)가 가능하다.
오후 4시까지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나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집안청소를 한 다음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밥을 미리 안쳐놓고 외출준비를 했다. 나는 춘추정장은 여러 벌 있지만 여름 정장은 없어서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이 되었다. 바깥 기온이 초여름 같은 더운 날씨여서 인디언 제품의 반팔 니트웨어를 입고 금속제 벨트를 하고 꽃무늬가 있는 실크스커트를 입었다. 앞뒤가 트인 샌들을 신었는데 아직 맨발은 이른 시기라서 검정색 스타킹을 신었다.
전철 안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앉아서 갈 수가 있었다. 나는 서울에 갈 일이 거의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행차하려면 헤매게 된다. 그래서 걱정이 된 남편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당신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창밖을 내다보니 중동역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중동역을 지났어요.”
“서울시청은 서울역 다음에서 내리면 되니까 잊어버리지 말라구. 잘 놀다 들어와.”
“알았어요.”
서울시청 앞에서 내려서 9번 출구를 따라 나왔는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모교에서 일어를 가르치는 O가 계단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불과 몇 미터 앞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지하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처음에는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나는 미국에서 날아온 K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에서 나를 반색한다. 내가 “혹시 공예과?” 하고 물으니 그녀가 바로 내가 찾는 K였다. K는 예전에 날씬했는데 이제는 넉넉한 몸매의 오십대 아줌마가 돼 있어서 내가 몰라본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풀이 죽어있어서 같은 학과 친구들도 많이 사귀지를 못했고 공예과친구는 한 명도 얼굴을 모른다. 작년에는 관광과만 모였는데 올부터는 합동으로 동창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Y여상] 동창카페에는 운영지기 P가 내 이름으로 [**칼럼]을 만들어주어서 내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겨다 놓았는데 그 위에 ‘모아놓고 읽어보자’라는 글귀가 써있다. 나는 ‘공부짱’이라는 닉으로 들어가는데 한 친구가 “‘공부짱’이 누군가 했더니 네가 바로 ‘공부짱’이구나?”하면서 반색을 한다. 부족한 글인데도 많은 친구들이 읽어주고 기억해 주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어제 아들한테 부탁하여 디카의 배터리를 충전시켜서 가지고 갔다. 친구들과 같이 찍거나 친구들만 찍어주기도 했고 독사진도 찍었다.
K가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열고 미국에서 가지고온 인스턴트 커피와 립스틱을 꺼내서 두 가지 중에서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오늘은 30여명이 모였다. 커피숍 주인장 L은 자신이 자신있게 권하는 대추, 호도, 무화과, 은행을 넣어서 끓인 ‘음양곽차’를 준비했고 동창회장인 H가 특별하게 주문한 잣, 호도, 녹두를 넣어 만든 ‘두텁떡’을 간식으로 준비했다. 그 밖에 원두커피와 음료수, 한과도 준비됐다. 오늘 걷은 회비는 모아두었다가 당일코스로 여행을 갈 계획으로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이들의 뒷바라지에서 해방된 입장에 있다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졌다. 나 역시 예전과 달리 비록 당일이지만 멀리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남편과 자식이 배려를 하고 있다.
오후 6시에 근처에 있는 [**갈비집]에서 돼지갈비와 냉면을 먹고 맥주도 마셨다. 이 식당은 지난 가을에도 식사를 해서 단골이 되었다. 7시에 커피숍으로 돌아와서 후식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근처에 있는 노래방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마침 내일부터 열리는 ‘5월 하이서울 페스티발’ 전야제행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가수 조용필씨가 열창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가까이에 갈 수는 없었지만 멀리까지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창생들 중 집이 멀거나 볼일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돌아가고 남은 십여 명은 [P노래방]으로 들어갔다. 가장 큰 룸을 배정받았는데 이 곳은 예전에 내가 가보았던 노래방이 아니었다. TV드라마에서 보았던 ㄷ자형의 푹신한 소파에다 가운데는 대리석으로 만든 직사각형 탁자가 이층으로 돼 있고, 출입구 한쪽에만 노래방 기기와 마이크가 비치돼 있고, 대 여섯 명이 앞으로 나가서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남자들이 여자 종업원을 곁에 앉게 하고 접대를 받으면서 즐기는 곳 같다.
우리 일행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맥주와 캔 음료수를 마시면서 지천명의 나이도 잊은 채 여고시절로 돌아가 흔들고 방방 뛰면서 한 시간 동안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은 주로 '보고 싶은 얼굴', '보고 싶어요', '만남', '사랑이여', '그날', '인연', '남행열차 '같은 트로트를 불렀고, 이정현의‘ 반’을 부를 때는 현란한 춤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일본어를 가르치는 O선생은 ‘블루라이트 요꼬하마’를 불렀는데 모두들 따라 불렀다. 나는 등려군의 노래 ‘月亮代表我的心’을 부르려고 했는데 노래방에 비치된 가요집에는 팝송과 일본어 노래만 실려 있고 중국 노래는 아직 실려있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는 중국어가 보편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K는 한국에 친척이 없어서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같이 지내기로 했다.
노래방을 나왔는데 그때까지도 조용필씨의 노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방향이 같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졌다. 나는 인천방향으로 가는 K, C와 인천행 전철을 탔다. C가 전화통화를 하더니 “미국에서 온 J가 내일 출국하는데 얼굴을 좀더 보고 가자.”고 해서 남영역에서 내렸다. 잠시 후에 카페운영지기 P와 J가 탄 전철이 도착하고 있었는데 모습이 보였다. 우리 세 사람은 문이 열리자마자 그 칸으로 뛰다시피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전철 안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다섯 명의 아줌마들이 계속 수다를 떨어서 시끄러웠을 것이다. P는 대방역에서 내리고, J는 역곡역에서 내리고, K는 부천역에서 내리고, 나는 주안역에서 내리고, C는 도원역에서 내렸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10시 40분이다.
2005. May. 1. Sunday
나는 큰아들한테 부탁하여 어제 동창회에서 찍은 디카사진을 알씨에 저장하여 내 플래닛과 여고동창카페 ‘사진저장’란에 올렸다. 내가 이 글을 작성하다가 잠시 멈추고 카페에 들어가 보니 운영지기가 사진 밑에 친구들의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
우리나라 교육편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으로 돼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감수성이 민감하고 우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여고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TV에서도 드라마 제목으로 다루었던 ‘여고동창생’은 아마도 평생을 두고 돈독한 관계로 유지될 것으로 믿는다.
友瑛 2005. May, 1. Sunday
여고동창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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