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파(寒波)와 이웃사촌 ♠
2021년 새해 들어서 북서쪽에서 이동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연일 영하 15℃이상 영하권에 접어들면서 한파(寒波)가 이어지고 있다.
한파에 따른 동파(凍破) 피해도 늘고 있다.
자난 8일 아침까지만 해도 수돗물이 잘 나왔는데, 퇴근해서 물을 틀어보니 싱크대와 세면대, 욕조의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한파주의보 발효로 인하여 동파방지를 위한 안내문이 문자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관리실에서 알아서 대비하는 것으로 알고 신경 쓰지 않았다.
경비실에 물어보니 세대마다 수도계량기가 따로 있어서 세대가 각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으로 이사하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관리실에서 동파방지에 신경을 써서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 사는 아파트는 세대 수도 적어서 물탱크가 없고 직수로 연결된다고 한다.
경비원이 다음날 아침에 우리집 계량기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나는 같은 라인의 세대가 수돗물이 나오는지 먼저 알아보았다.
그중 불이 켜진 한 세대에 가서 벨을 누르고 물어보니 수돗물을 틀어놓고 나가서 단수가 안 됐다고 한다.
당장에 쓸 물을 부탁했더니 커다란 물통에 물을 담아서 우리집까지 들어다 준다.
내가 지금의 아파트에 이사를 왔지만 직장인이어서 소통하지 않고 지냈는데 너무 친절하다.
나는 친환경수세미를 주면서 서로 전화번호를 나누고 앞으로 소통하면서 지내자고 했다.
나는 전에 알고 있던 보일러업자한테 전화로 상황을 얘기하고 방문을 요청했더니, 저녁이라 늦어서 못가고 헤어드라이어로 녹여보라고 한다.
계량기함을 드라이버로 열고 헤어드라이어로 10분 정도 녹였더니 물이 정상적으로 나왔다.
헌 옷을 계량기함에 넣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생전에 남편은 손재주가 있어서 웬만한 것들은 맥가이버처럼 잘 고쳤다.
항암치료 중에도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다고 하니까 내가 출근한 사이에 택시를 타고 집에 다녀갔다.
나는 얼마 전 가스렌지에 점화가 안 될 때도 그랬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남편부터 생각났다.
나는 그날 이후 플라스틱 물통을 사서 수돗물을 똑똑 떨어질 정도로 틀어놓고 출근했다.
퇴근해서도 날씨가 풀릴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한파가 좋은 이웃사촌을 만나게 해 준 것 같다.
좋은 정보를 알려준 보일러업자 대표한테도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友瑛. 202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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