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글씨와 목소리 ♥
남편이 생전에는 낚시를 다녀오면 직접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이고, 식사준비를 도맡아서 내가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남편이 떠나고나서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저녁을 챙겨먹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대충 때우다시피하고 있다.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남편이 쓴 메모를 발견했다.
남편이 몸이 아파서 쉬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먹방 프로를 즐겨보았다.
매생이국을 끓여준다고 매생이를 사오라고 해서 사왔는데, 남편이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다음에 끓여준다고 해서 매생이를 냉동실에 보관했다.
하지만 남편은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매생이를 사다놓은 지 오래 돼서 이사올 때 버리고 왔다.
나는 매생이를 사다 남편이 적어놓은대로 끓여서 먹으려고 한다.
스마트폰이 오래되어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새로 바꾸면서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에 남편과 통화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옮겨달라고 했다.
다행히도 남편 목소리가 남아있어서 남편이 그리워지면 가끔씩 통화내용을 듣곤한다.
남편이 메모지에 쓴 글씨와 전화통화를 들으면 아직도 남편이 내 가까이에 머무는 것 같다.
이사를 하면서 남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액자에서 떼어내고 상자에 보관하고 있다. 거실에 사진이 없으니까 허전해서 작은아들 결혼식 사진을 걸었다.
남편과 함께 한 가족사진을 걸으니까 휑하던 거실이 온기가 드는 것 같다.
부부란 연인사이나 친구 사이와 또 다른 관계이다.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사이에 자식이 있으니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함께 살아온 흔적이 없어지지 않는다.
友瑛, 2018. Novemb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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