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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남편의 존재


                                                         남편의 존재

 

남편이 소폐암으로 진단을 받았는데 9개월에 접어든다.

자난 7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암세포가 커지지 않아서 안심했는데, 11월 중순부터 옆구리와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남편은 소세포암 중에서 확산형으로, 정밀검사 결과 양쪽 폐에 암세포가 다시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도 침대에서는 배겨서 누워있지 못하고, 거실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식욕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고 허리가 아파서, 두유와 요구르트로 연명하고 있어서 갈수록 야위어간다.

작은아들이 모시고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오리진흙구이를 대접했지만 많이 먹지 못한다.

여동생이 와서 오리로스를 대접하고 현금을 주고 갔다.

남편 친구들이 가끔씩 전화로 위로를 해주는데. 친가 형제들은 안부소식도 없이 무심하다.

 

나는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면 홈쇼핑에서 주문하거나, 퇴근길에 마트에서 사다주고, 장어구이와 족발 등을 사다주지만 잘 먹지 못한다.

나는 다리 힘이 없는 남편을 위해 발이 편한 운동화를 새로 샀다.

 

엊그제는 남편이 버스를 타고 나가서 신포동에서 유명한 닭강정을 사왔는데 나한테 많이 먹으라고 한다.

자신 때문에 항상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한다.

휴일에는 남편이 갈치조림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

남편이 내가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당신한테 저녁을 지어주어야 할텐데하길래, “그래요, 빨리 낫기만 해요.”했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지만, 남편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TV드라마를 보았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면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던 아내가 난소암에 걸렸는데, 다른 장기까지 전이가 되어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다.

의사인 남편이 아내를 살리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부부는 자식이 성장하여 짝을 찾아 떠나면,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동반자다. 그래서 배우자가 아프면 자신이 아픈 것처럼 함께 아파한다.

 

友瑛. 2017. December.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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