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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남편과 존재감



                                    ♥ 남편과 존재감

 

남편이 지난 4월에 폐암말기 판정을 받고 7차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

처음 폐암진단이 나왔을 때는 하늘이 노랗고 절망적이었다.

병원에서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4주마다 정밀검사를 하면서 전이가 되었는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병원에서 항암치료 날짜를 정해주면 전날 입원해서 영양제를 투여받고 대기하고 있다가, 다음 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에 맞는 맞춤식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8월초에는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나흘 동안 설사가 심해서 탈진상태가 되어 새벽에 응급실로 간 적이 있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양섭취를 잘 해야 하는데, 남편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미각이 상실되어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니까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지금은 전보다 체중이 줄고 팔과 다리도 가늘어졌다.

기운이 없다고 운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서 지내다보니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 한다.

나는 직장에 출근해서 오전 10시와 오후 2시경에 전화를 걸어서 남편한테 식사를 했는지, 몸 상태가 어떤지 체크한다.

남편은 가끔씩 집 근처 식당에서 외식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내 직장에 찾아와서 함께 점심을 시켜먹기도 한다.

남편은 집에 혼자 있으면 가족한테서 외면당하는 기분이 들고 외롭다고 토로한다.

나는 평일에는 가장으로서 직장에 다녀야만 건강보험도 적용받고, 가정경제를 이끌어나가고 남편의 병수발을 할 수 있다.

휴일에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남편과 함께 식사준비와 TV를 보면서 말동무를 해주면, 식사도 잘 하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남편이 폐암 진단을 받았으니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최선을 다하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중에서 배우자를 잃는 것이 가장 슬프다고 한다.

만일 내 곁에 남편이 없다면 나 역시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릴 것이다.

자식이 성장하여 결혼하면 우선적으로 배우자와 자식한테 신경 쓰게 되면서 부모는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 순리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남편이 아파서 누워 지내더라도 살아있는 것이 낫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友瑛. 2017. August.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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