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配偶者의 존재 ♥
배우자의 정의는 ‘부부로서 짝이 되는 상대’를 말한다.
지난 12월16일 초등학교 동창생 B의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B의 남편은 중소공장을 운영해 왔는데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친구가 남편이 퇴근이 늦어서 전화를 했는데 곧 들어간다고 하고는 소식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서 회사로 가보니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소생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11월에 B의 큰아들 결혼식장에 참석하여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믿어지지가 않았다. 퇴근하면서 영안실에 가서 친구들과 고인한테 인사를 하고 상주인 장남과 맞절을 했다.
한 달 전 멋지게 턱시도를 차려입고 등장하던 아들은 상주가 되어 초췌한 모습으로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장 165센티 이상의 늘씬한 친구B는 송년회에서 멋진 모습으로 노래를 했는데 영안실에서는 머리도 다듬지 않고,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모습으로 친구들이 위로를 하려고 하면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나 자신도 가슴이 막막해왔다.
유행가에 나오는 가사에서처럼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실감난다.
남편이 2012년 말 정년퇴직하여 8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았지만 그 후로 수입이 끊어져서 가정경제가 어려워졌다.
10월에 결혼한 작은아들은 혼수와 예단을 생략하고 전세대출을 받아 18평형 작은 빌라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나는 1년에 두 번 일본 동경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아들한테 학비를 보내주었는데, 올해는 나 혼자 버는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기업은행에서 직장인대출을 받았지만 원리금을 갚아나가느라 너무 힘들다.
남편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나이가 있어서인지 일자리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남편은 집에 있으면서 내가 퇴근할 시간이면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밥상을 차려놓았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남편 덕분에 편하게 직장생활을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린 채 남편의 고마움도 모르고 돈을 벌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친구B 남편의 죽음으로 배우자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만일 남편이 내 곁에 없다면 나 혼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는 영안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남편한테 “당신은 건강하게 내 곁에 오래오래 내 곁에 남아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남편은 나의 응원에 보답하듯 지인의 소개로 4대 보험과 상여금이 없는 비록 계약직이지만 다시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내가 새벽 5시에 남편을 깨우면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계란프라이 두 개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5시40분에 집을 나선다.
6시에 인천에서 김포공단으로 가는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여 오후 7시에 일을 마치고 샤워하고 통근버스를 타고 8시반 경 집에 도착한다.
12시간 연속하여 근무하느라 힘들지만 남편은 집에 있을 때 보다 안색이 밝아지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송년모임에도 다녀왔다.
자식이 장성하여 짝을 찾아 떠나고 나면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있을 사람은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아닌 배우자다.
요즘 황혼이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고 사랑하는 배우자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友瑛. 201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