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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프러포즈

   

 

                                   ♥ 프러포즈 ♥


 프러포즈는 (Propose)는 ‘제안. 청혼’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인데 흔히 프로포즈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얼굴도 모른 채 부모님이 정해준 베필을 만나 결혼을 하고 첫 날 밤에 겨우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었다.

 지금의 중년세대에서는 결혼상대자에 대하여 어느 정도 본인의 선택이 자유로워서 연애와 중매가 반반 정도가 되었다.


 나는 1978년에 친구 소개로 남편을 만나 2년 정도 교제를 하고 1980년 5월4일에 결혼했다.

 당시 남편은 A화장품대리점에서 점장으로 근무했는데 처음에는 고객으로 만났다. 내가 운수회사 경리사원으로 근무하면서 동료들의 화장품도 사다주었는데, 남편은  매출을 올려줘서 고맙다고 저녁을 사주고 화장품 샘플과 증정용 스타킹과 악서서리를 주었다. 

 몇 달이 지나고 화장품을 사러 갔더니 남편이 “교제하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묻더니 “없어요.”했더니 “저도 사귀는 사람이 없는데 좋은 여자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하는 것이다.

 나는 별 뜻 없이 받아들이고 한참 후에 다시 갔더니 “그동안 소개해 주실 여자분을 알아보았나요?”물었다. 나는 “아직 바빠서 못 알아봤는데요.”했더니 “그럼 애인 없는 우리끼리 한번 사귀어보면 어떨까요?”하기에 즉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 후 비가 오는 날 저녁에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해야 하는데 우산이 없으니 갖다 달라.”고 하는 것이다. 우산을 가지고 남편 직장으로 가니까 고맙다고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남편은 식사를 하면서 “전에 내가 말한 것을 생각해보았어요?”하고 재차 물었다. 당시는 말뜻을 잘 못 알아차렸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바로 프러포즈였던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교제를 하면서 만난 지 백일기념, 천일기념 등 이벤트를 충분히 활용하여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발렌타이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날에는 여자친구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한아름 안겨준다.

 프러포즈 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동굴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영상차를 동원하거나,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맞춤노래 가사를 만들어서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고, 주차장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일제히 비추는 가운데서 프러포즈를 한다.


 남편은 연애기간동안 신사도를 지켜가면서 공주처럼 대해주었는데 결혼 후에는 180도로 태도가 바뀌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5월4일이 결혼 30주년이다.

 그동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만큼의 시간이 흘러갔다.

 큰아들이 31살이고, 작은아들이 29살인데 결혼을 했으면 손자를 하나 둘 보았을  것이다. 남편의 급하고 불같던 성격도 눈에 띠게 수그러들고 적당하게 배가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

 큰아들이 일본에서 어학연수중이고 작은 아들은 영종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축하할 기분이 나지 않았는데 작은아들이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택배로 보내왔다.

 큰아들은 결혼기념일을 모르는지 소식이 없다.

 퇴근 후 주스와 떡, 딸기를 사다 테이블 셋팅을 하고, 아들이 없으니까 부부가 서로 독사진 몇 장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결혼 30주년 기념일을 대신했다.


         友瑛. 2010. May. 5

 

           작은아들이 케이크. 꽃바구니와 함께 택배로 보내온 축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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