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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식모

           

  

                                      ♠ 食母 ♠


 ‘식모’란 역사적으로 보면 ‘관아(官衙)에 속하며 주로 부엌일을 맡아하던 여자종(食婢)’을 말하는데, 1950~60년대에 부잣집에서 ‘남의 집에 고용되어 입주하면서 부엌일을 맡아하던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식모’는 ‘가정부’라고도 불리면서 자가용 운전기사와 입주 과외대학생과 더불어 부잣집의 ‘富’를 상징하는 잣대로 인식되기도 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정부에서 공업을 육성하여 수출에 박차를 가했다. 각 도시에서는 방직공장과 전자회사가 생겨나면서 식모들은 공장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에도 등장하는 식모는 주로 가난한 농촌에서 형제가 많은 가정의 맏딸로 태어나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어들이는 수입원이 되었다. 식모는 초등학교만 겨우 마친 여자아이를 어려부터서 데려다가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대신 월급을 따로 받지 않고 결혼할 때 한 살림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고위 공직자이던 작은 외삼촌댁에는 나 보다 다섯 살 정도 많은 S라는 식모언니가 있었다. 작은외숙모가 먼 친척한테 부탁해서 열다섯 살 때 데려왔는데, 얼굴은 예쁘지 않았지만 싹싹하고 인사성이 바르고 붙임성이 있어서 친정엄마한테도 고모님이라고 불렀다.

 내가 방학을 맞아 외사촌 형제를 보기 위해 외가에 가면 언제나 상냥한 얼굴로 “정숙이 왔니?”하면서 다정하게 대해줘서 친언니처럼 잘 따랐다.

 내가 여고를 졸업하고 나서 S언니는 외숙모가 중매로 결혼을 시켰는데 결혼식에서는 외삼촌 부부가 양딸처럼 혼주로 나서서 주위의 부러움을 받았다.

 지금은 소식을 잘 모르지만 언니는 결혼 후에도 외가댁을 친정처럼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식모 대신 입주를 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가사도우미’로 불리고 있다.

 최근 모 방송국의 시트콤에서는 신세대 식모가 등장하고 있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식주를 제공받고 월급 60만원을 받으면서 어린 동생과 함께 지내는데 천성이 착하고 부지런해서 식구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

 요즘에도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듯이 재력가 집안에서는 입주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예전과 달라서 나이가 어린 소녀가 아니라 대부분 40~50대 중년의 아주머니들이다.

 

        友瑛. 2010. January.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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