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 전성시대 ♥
‘아줌마’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예전에는 결혼한 기혼여성한테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고상하게 보이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결례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줌마’가 보편적으로 결혼한 여성을 칭하는 말로 인식되고 있어서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고객을 상대하는 의류매장이나 서비스 업종에서는 역시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줌마 연기자들이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00년 초부터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여성부]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고, 가정과 사회에서 기혼여성들이 차별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권익이 신장되었다. 그 결과 요즘 TV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역할을 맡거나 주인공한테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로 중년여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TV드라마에서는 젊은 연기자가 주인공인데 엄마 역을 맡은 중견연기자가 대사도 많고 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고 있는 시트콤이나 주말 연속극에서도 30대 아줌마배우들이 단체로 주연을 맡아 웃음을 주고 있다.
연예프로에서도 아줌마 연기자나 가수들이 등장하여 결혼생활에서 에피소드나 삶의 철학 등 생생한 입담을 과시하여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일명 ‘줌마테이너(아줌마 + 엔터테이너)’들이 뜨고 있다.
연예프로에서 미혼여성 연기자들은 주로 작가가 써 준 대본에 의지하다 보니 대화에 있어서 리얼리티가 부족하지만, 아줌마 연기자는 살아온 경험담과 순발력(에드리브)이 강해서 한층 재미를 더해 준다.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자신의 소질을 살려 밴드를 결성하여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부르거나, 직접 대본을 쓰고 연극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여성들이 있다.
내가 결혼할 당시는 여성이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여상을 졸업하고 경리업무 경험이 풍부해도 결혼한 여성은 고물취급을 하는 것이 당시의 사회풍조(社會風潮)였다. 교사나 공무원, 은행원 등 일부 직장에서만 결혼하고도 직장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체에서는 갓 졸업한 젊은 여직원만을 선호하여 나는 배운 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파묻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대기업에서도 미혼 때부터 근무한 기혼여성을 그대로 채용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산업용품유통센터에서도 젊은 여성은 거의 볼 수 없고 아줌마 경리사원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나처럼 지천명세대는 보이지 않은데 가끔씩 매장에 처음 제품을 사러 온 고객이 나한테 “사모님”이라고 불러서 당황스럽다.
내가 사모님이 아니라 직원이라고 말하면 의아해하는 표정들이다. 어떤 직원은 내가 컴퓨터상에서 ‘이지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출력하는 것을 보고 “사모님 연배에서는 컴퓨터를 잘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컴퓨터를 잘 다루시네요.”하기에 나는 조용히 웃으면서 ‘저도 컴퓨터는 기초밖에 몰라요.“하고 응수한다.
거래하는 세무사사무소 여직원들 역시 대부분이 아줌마다.
아줌마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짊어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마트나 식당, 고속도로 톨게이트 여직원 등에는 아줌마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만일 어느 날 아줌마들이 파업을 한다면 아마도 마비가 될 것이다.
TV속에서 보이는 아줌마들은 우아하고 기품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줌마는 건강하고 씩씩해야만 자신도 지키고 가족들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수퍼나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 보따리를 사들고 집에 도착하면 잠시도 쉴 사이도 없이 주방으로 들어가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한다.
식사 후 에는 샤워 후에 청소와 세탁기를 돌리고 마른 빨래를 개어놓고 대략 다음날 아침 준비를 해놓는다.
아줌마는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드는 철인(鐵人)임에 틀림없다.
友瑛. 2009. Maech.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