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夜 家事族 ♠
‘夜 家事族’이란 최근 일본에서 ‘낮에는 사회활동이나 직장일 때문에 집을 비운 주부들이 밤에 청소나 세탁 등의 가사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新造語를 말한다.
일본어로는 ‘요카지<夜家事 : ヨカジ(밤가사)라는 뜻>’라고 부르는데 요즘에는 전업주부들도 낮에 집에만 있지 않는다.
낮시간대에 주부들이 자아실현을 하거나 취미활동, 봉사활동 등으로 직장인 못지 않게 바쁜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통계에 의하면 주부들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독립해서 생활하는 독신여성과 남성들이 퇴근길에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주로 밤늦은 시각에 청소와 세탁을 하는 사람들이 무려 40%나 된다고 한다.
나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보통 10시가 지나간다. 큰아들이 아르바이트와 음악학원에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빨래감을 내놓으면 그제서야 세탁기를 돌리고 전날 베란다에 널어놓았던 마른 빨래를 걷어들인다.
내가 매일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베란다 건조대에 널기 위해 앞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면 다른 아파트에서도 군데군데 거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심야시간에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고요한데 밤가사족 집안에서는 세탁기와 청소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밤에는 작은 소음도 크게 들리기 때문에 공동주택에서는 이웃간의 공공예절을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씩 층간 소음(騷音)으로 인하여 이웃간에 분쟁(紛爭)이 생기기도 한다.
밤가사족들이 점점 증가하자 일본의 유명한 ‘도시바전자’에서는 청소기 모터의 소음을 보통 청소기의 절반으로 줄인 조용한 청소기를 출시했다.
세탁기도 진동을 방지하기 위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회전수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세제에 특수성분을 배합하여 빨래가 빨리 건조될 수 있도록 하는 세제도 나왔다.
예전에는 해가 석양에 지면 하루 일과를 마치는 것으로 알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근래에는 직장인들 중에 퇴근 후에도 곧장 귀가하지 않고 학원을 다니거나 쇼핑을 하고, 또 낮 보다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족이 늘어나면서 더불어 밤가사족이 생겨난 것이다.
友瑛. 2008. March.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