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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시험과 징크스

 

 

                                ♠  시험과 징크스  ♠


징크스(Jynx)는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서 사용하던 개미잡이라는 새 이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또 ‘일반적으로 선악을 불문하고 불길한 대상이 되는 사물의 현상이나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일’ 등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지난 10 여년 동안 방송대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기말시험이 가까워지면 감기에 걸려서 며칠동안 심하게 고생하는 징크스가 있다. 1학기에는 7월이라 한창 더울 때인데도 여름감기에 걸려서 고생했고, 2학기인 12월에도 어김 없이 감기에 걸려서 징크스가 찾아왔다.

나는 평일에는 하루에 고작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이렇게 바쁜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내 몸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늘 피로를 느끼고 있어서 감기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 것 같다.


이번 감기는 얼마나 심하던지 지난 목요일에 스터디 종강과 뒤풀이를 하고 밤바람을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 목젖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고열이 심했다. 금요일 아침부터는 물도 제대로 삼킬 수 없어서 밥도 먹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었다. 나는 아침을 굶고 출근했고 점심도 거른 채로 근무하고 퇴근하면서 동네 의원에 다녀오는데 남편이 죽을 사오겠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남편을 만나서 죽을 파는 식당으로 가서 얼큰한 낙지죽을 먹었다. 토요일도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거나 거래처 고객을 맞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목이 아프고 기침과 콧물이 계속해서 쏟아지니까 시험이 코앞에 다가오는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감기가 낫기만을 바랄뿐이었다. 나는 일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려고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오후 늦게서야 겨우 일어나서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서서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월요일 오후부터는 부었던 목이 가라앉았고 기침도 덜하니까 이제는 살 것 같다. 


우리 몸은 자정능력이 있어서 위험한 상태가 되면 스스로 경고를 울린다고 한다. 내가 몸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무리하니까 이틀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훼방을 놓은 것이 아닐까?


                 友瑛. 2007. Decembe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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