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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엥겔지수와 가계부

 

                               ♣ 엥겔지수와 가계부 ♣


엥겔지수(Engle’s coefficient)는 19세기 독일의 통계학자인 엥겔이 발견한 법칙으로 ‘가계의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수’를 말한다.

예전에는 인간생활의 기초를 이루는 의식주를 중심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엥겔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면서 주5일제를 실시하는 기업체가 많아지면서 외식과 여가를 즐기기 위한 문화생활비가 증가하는 대신 가정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지금도 선진국에서는 엥겔지수가 낮고 후진국일수록 엥겔지수가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현재 문맹률은 거의 없고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진학률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경제사정으로 집안이 풍비박산되어 끼니를 걱정하는 집안이나 가장이 환자라서 수입이 거의 없는 가정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공부를 잘 해도 돈이 없어서 대학교를 진학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실력만 있으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교를 낮추어 전액장학생으로 진학할 수가 있다.


  예전에는 집안을 위해서 맏아들이나 맏딸이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가정경제에 一助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나 역시 같은 경우였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아쉬움이 남아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정을 위해서 자신의 꿈과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아들이 재수학원에 다닐 때 학원선생님이 “자신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대학교에 다닐 형편이 안되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졸업을 했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만일 공부를 포기하고 자신의 희생으로 집안을 일으켜세웠다고 해도 다른 형제들은 제 살기 바쁠테니 나 결국 자신만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자신을 위해서 살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시대는 혈연 보다 부부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설령 형제 중에 자신을 희생한다고 해도 오히려 바보취급을 받는 시대다.

남편이 형님과 동업을 하다 혼자서 억대의 부채를 떠안고 지금까지 빚을 갚아나가면서 두 아들을 대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조카의 학비 걱정은 커녕 빈말 한마디 없다. 결국 형제간에 사이가 서먹해졌고 남편은 나한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가사일을 도와주는 등 속죄하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아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한다고 해도 돈을 모아 결혼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남편의 부채는 아들이 대신 갚아주지 않는다. 결국 남편과 내가 노후까지 즐기지도 못하고 빚만 갚다가 나이를 먹게 된다.

언젠가 아들과 얘기를 하는 중에 사업빚이 많이 남아 있다고 걱정했더니 두 아들이 “아버지가 빚을 지었으니 아버지代에서 해결하세요. 아니면 큰아버지하고 계산하시든지요.”하면서 일축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두 아들이 괘씸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아이들도 부모가 십여 년 동안 빚을 갚느라 아들한테 공부만 겨우 시켰을 뿐 남들처럼 어학연수를 보내거나 과외 한번 시키지 못했고, 용돈도 넉넉하게 주지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했다.


우리집에서는 엥겔지수는 최소한으로 잡아놓고 교육비와 부채상환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부채상환은 처음에는 개인사채를 빌려쓰다가 아파트 시세가 차츰 오르면서 아파트 담보대출로 바꾸고 은행을 여러군데 바꿔가면서 이자는 거치기간을 길게하여 불입해왔는데 올해 초부터는 앞으로 십년 동안 약정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 지난 9년동안 불입한 이자만 해도 5천만원 가까이 된다.

사업빚이 아니었다면 자가용도 소유하면서 여유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한가지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두 아들은 요즘 젊은이와 달리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옷도 인터넷을 통해서 싼 것만 찾는다.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관념을 깨우쳤으니 이 다음에 정식으로 직장에 들어가도 돈을 함부로 쓰지 않을 것이다.

큰아들은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지난 가을에 정장을 사주었고 작은아들은 아직 정장이 없다. 큰아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옷이 필요할 것 같아 지하상가에서 같이 가서 중저가 메이커의 자켓과 남방셔츠를 여러 장 사주었다.

 

                      友瑛. 2007. N0vemb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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