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기업의 대표자나 기업을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종업원은 그 사용자 아래서 근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D고무벨트 대리점은 대표자가 Y사장님이고 종업원은 나 혼자이다. 나는 벨트를 취급하는 매장에서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출력하고 재고를 관리하고 현금을 출납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끔씩 은행에 다녀오거나 멀리 있는 기업체의 세금계산서를 산업유통단지 내에 있는 우편취급소에 가서 등기로 부친다.
사장님은 인천 말고도 서울에서 사무실과 매장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9시에 출근하여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고객을 맞다 보면 주로 오후에 출근하신다.
내가 1월에 입사하여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장님이 어렵다. Y사장님은 나 보다 세살이나 적지만 과묵한 편이고 업무적인 대화 외에는 농담 한 번 주고받지 않는다.
반면에 이곳 Y사장님과 거래처에서 알게 된 다른 업종의 M사장님은 Y사장님이 바빠서 인천에 내려오지 못할 때는 매장일을 도와주고 나한테 업무를 가르쳐준 분이다. M사징님은 Y사장님한테 형님이라고 부르고 가끔씩 술자리를 함께 하는데 형제처럼 절친한 사이다. M사장님은 내 직속 상관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하고도 스스럼 없이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Y사장님 보다는 편안하다.
Y사장님이 다녀가시면 고객이 오지 않을 때는 블로그에 들어가거나 책을 읽는 등 내 볼일을 볼 수가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다.
오늘은 사장님이 기계를 트럭에 실었는데 손에 기름이 묻었다. 마침 식당에서 점심식사가 배달이 왔는데 나는 사장님한테 비누로 간단히 손을 씻으시라고 하고는 주전자에 떠다 놓은 물을 부어주었다.
사장님은 멋쩍은 듯 손을 대충 씻고 식사를 마쳤다.
사용자와 종업원의 위치 말고도 두 사람 모두 가정이 있는 처지라서 무척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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